[석율그래/관웅그래/그래른] 먹이사슬 #35 '태' (2)

ㄴ미생 "먹이사슬" 2015. 6. 28. 21:54





간헐적으로 몸을 떠는 그래는 아직 눈을 뜨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식은땀이 잔뜩 흘러나와 옷은 온통 젖어있었다. 와이셔츠 차림인 그래는 얼굴이 백짓장처럼 하얬다. 그래도 익숙한 알파향에 어떻게든 그 쪽으로 움직이려 하는 모습을 보자 석율의 마음 속에 애처로움이 더해진다. 이 순간에도 그래는 예뻤다. 석율은 그 옆에 누워 그래의 와이셔츠의 단추를 하나씩 풀었다. 그래는 아기처럼 석율의 품으로 파고들려고 했다. 


석율은 잠시 행동을 멈추고, 자신의 가슴에 묻힌 그래의 머리칼 향기를 맡았다. 이상할 정도로 아무 냄새도 나지 않았다. 이렇게나 땀을 흘리는데, 땀냄새마저 나지 않았다. 철저한 무향. 그래 특유의 오메가 향은 완벽하게 사라지고 없었다. 석율은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그래는 완전 무의식 상태에서 행동하고 있었다. 가끔씩 경련하는 그 몸이 석율을 향해 몸을 파묻은 후, 본능적으로 손을 움직여 상대를 좀 더, 좀 더 가까이 끌어당기고자 했다. 그러나 석율의 맨 가슴 위에서는 그래의 손이 자꾸 미끄러질 뿐이었다. 그래는 눈을 꼭 감은 채 손을 위로 움직여 석율의 목을 감기 시작했다. 희고 가는 손가락이 덩쿨처럼 석율의 목을 둘렀다. 석율은 그런 그래의 머리에 키스했다. 젖었지만 부드러운 머리칼이었다. 


석율은 슬슬 손을 들어 그래의 몸을 쓰다듬기 시작했다. 등에서부터 쓸어내려 부드러운 히프를 꽉 쥐고 끌어당긴다. 둘의 몸이 착 붙게되자 이번엔 다시 허벅지까지 쓸어내린다. 애틋하면서도 성적인 손길이었다. 석율은 슬금슬금 그래의 두 다리 사이로 자신의 다리를 끼워넣었다. 그래가 본능적으로 자신의 다리를 꽉 조였다. 석율은 단단한 허벅지로 그래의 아래쪽을 꾹꾹 누르며 자극했다. 석율의 페니스는 이미 발기해 있었다.


방 안이 석율의 알파향으로 꽉 찼다. 그랬다. 석율에게는 오메가의 향이 필요 없었다. 석율에게는 오직, 장그래라는 이유로 충분했다. 장그래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는 욕정할 수 있었다. 장그래이기 때문에 석율은 애정과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가 그토록 원하던 것이 아닌가. 육체의 끌림이 아닌, 사랑으로 자신을 안아주는 것. 바로 그 소원을 지금 석율이 들어주려고 하는데, 정작 주인공은 잠자는 숲 속의 공주처럼 의식을 잃고 있다. 


석율은 이 모든게 그저 미리 정해져 있던 것만 같았다. 일명 '운명의 장난'이라는 것 말이다. 


처음으로 석율이 사랑으로 그래를 안으려 하는데 그래는 그 사실을 모른다. 전혀.







[먹이사슬 #35 '태' (2)]







석율은 옷을 다 벗은 뒤 의식이 없는 그래를 똑바로 눕히고, 재빨리 두 다리 사이로 파고들었다. 그래는 의식이 없는 상황에서도 본능적으로 다리를 벌려 석율이 자리를 잡을 수 있게 도와주었다. 석율의 목을 붙잡은 흰 손도 그대로였다. 눈을 감은 채 식은땀을 송글송글 흘리고 있는 그래였다. 석율은 상체를 숙여 그래의 이마와 두 눈두덩에 키스해 주었다.



"그래야, 사랑해."



석율은 조용히 그래에게 속삭였다. 그러나 그래는 석율의 고백을 듣지 못한다. 석율의 눈이 묘하게 슬퍼보였다. 석율은 그래의 벨트를 풀고, 지퍼를 내린 뒤 속옷과 같이 조심히 끌어당겼다. 무릎 근처까지 끌어내린 뒤에는 자신의 발로 한꺼번에 잡아 침대 밖으로 밀어 던져버렸다. 그래의 셔츠는 쉽게 벗길 수 있었다. 셔츠는 땀으로 흠뻑 젖어 차갑기까지 했다. 침대 아래로 셔츠가 툭 하고 떨어졌다.


석율은 그래의 양 볼을 잡고 고개를 기울여 통통한 입술에 키스하였다. 그래의 예쁜 입술은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 촉 하고 석율의 입술이 떨어지자, 그래가 입술을 조금 벌렸다. 평소 같았으면 그래의 입에서 달콤한 숨이 흘러 나왔을 것이다. 석율은 주저하지 않고 그래의 입 안으로 자신의 혀를 밀어넣었다. 그래의 입 안이 말라있었다. 석율은 느릿하게 그래의 혀를 빨고, 입 안을 더듬으며 그래의 입 안을 적셔주었다. 


석율이 인내심을 가지고 공을 들이자 그래의 입 안이 금세 젖어들었다. 석율이 고개를 떼자 두 사람의 입에 침이 늘어졌다 떨어졌다. 그래의 입술 옆쪽으로 타액이 묻어 흘러내렸다. 석율은 손가락을 내밀어 그것을 닦아주었다. 석율의 미간이 살짝 떨렸다. 그는 지금 그의 인생에서 아주 크게 방향을 바꿀 지도 모르는, 혹은 그냥 가볍게 웃으며 지나칠 수도 있는 선택을 하려는 참이었다.



석율은 그래를 임신 시킬 생각이었다.



물론 오메가를 임신시키는 알파는 수없이 많았다. 그들은 대부분, 95% 이상, 아니 99%에 가깝게, 그저 육체의 유희를 위해 오메가를 임신시킨다. 사정 후 오메가의 몸 안에서 성기를 부풀린 채 머무는 행위, 노팅(Knotting)은 알파의 절정을 극대화시키고 연장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또한, 발정기를 맞은 오메가에게 알파가 노팅을 할 경우 오메가는 100% 임신하게 된다. 예외는 없었다. 알파들은 오직 섹스할 때 좀 더 극치감을 느끼기 위해 서슴없이 오메가에게 노팅을 했다. 그 이후 오메가가 임신을 하든 말든, 그래서 알파의 아이를 낳든 말든, 그딴 건 중요하지 않았다. 아이는 어디로 치워버리고 계속 섹스하면 그만이었다.


혹은 아이를 낳기 전에 치워버릴 수도 있었다. 이 세상에 알파를 원하는 오메가는 수없이 많았다. 알파가 원하는 쾌락을 가져다 줄 오메가는 충분하고도 남았다. 알파에게 오메가는 철저한 성노예나 마찬가지였다. 오메가는 그런 알파에게 반항할 수 없었다. 호르몬으로 제압당하고, 노팅당하면 게임 끝이었다. 오메가의 향기에 눈이 먼 알파들이 노팅섹스를 한 뒤 버리는 스토리는 시시한 주간지의 3류 스캔들보다도 못한 것이었다.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오메가들이 원하지 않던 알파의 아이를 낳고, 그 아이를 벌어먹여 살리기 위해 창녀같은 짓을 해야만 했던가.


하지만 오메가는 오메가. 오직 알파를 위해 만들어진 이 형질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정기가 오면 끊임없이 알파의 몸을, 알파의 씨를 원했다. 그것은 본능이었다. 알파의 노팅에 다리를 바르르 떨며 환희의 비명을 지르는 것이 오메가였다. 그 본능이 얼마나 지독한지, 지금 장그래도, 이렇게 의식을 잃은 상황에서도 알파인 석율의 냄새를 맡고 그 씨를 받기 위해 밑에서 꿈틀거리며 다리를 활짝 열고 있었다.


석율은 손가락으로 조심히 그래의 밀부를 만지고 더듬었다. 그래의 아랫쪽은 촉촉하게 젖어 액을 흘리고 있었다. 이렇게, 알파의 몸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정말 개같은 본능이었다. 만약 지금 그래를 안는 사람이 석율이 아니었다면 그래는 누군지도 모르는 알파의 애를 배게 됐을지도 모른다. 어디서 어떤 알파를 만나 강간을 당했을지 모를 일이었다. 그러나, 석율 또한 그래에게는 낯선 사람과 별 차이 없을지도 몰랐다. 아마도 그래는 의식을 잃은 채 임신하게 되는 일은 원하지 않을 것이다. 그 상대가 석율이든 누구든. 장그래의 성격을 보면 100% 그랬다. 그래가 알파의 아이를 임신하게 되는 것을 바랄 리가 없었다. 그것도 대기업 계약직으로 간신히 입사한 지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석율은 욕심을 내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그래를 향한 마음을 깨달았고, 그래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었다. 어디로도 도망가지 못하게 만들고 싶었다. 석율은 천과장에게 당한 그래를 보고 충격받았다. 너무 나이브하게 생각했던 것이다. 그래를 건드리려는 사람이 자기뿐일까? 이렇게 예쁜 오메가를? 그럴 리가 없다. 장그래가 오메가인 것은 언젠가 밝혀진다. 천관웅에게 들킨 것처럼. 오 차장에게 들킨 것처럼. 최 전무에게 들킨 것처럼. 비밀이 지켜진다고는 했지만 그 말은 허무한 약속같은 것이었다. 장그래는 특이체질이라고 천관웅이 말했다. 그렇다면 더욱 시간 문제일 뿐.



석율은 그래를 임신시키고, 결혼까지 할 생각이었다.



이 모든게 젊은 알파의 성급한 마음에서 비롯된 억지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석율은 진지했다. 그는 장그래를 향한 사랑에 확신이 있었다. 그래도 '언젠가는' 자기를 사랑하게 될 것이라 막연하게 생각했다. 물론 그러지 못할 지도 모른다. 최소한 장그래를 자신의 오메가로 묶어둘 수는 있을 것이다. 그래, 한석율이라는 알파는 장그래라는 오메가에게 미쳐있었다. 과거 석율의 첫사랑이 오메가 남성에게 미쳤던 것처럼.


그녀가 오메가 남성을 사랑한다고 할 때, 석율은 미쳤냐고 물으며 한껏 비웃었었다.

그런데 이게 웬 운명의 장난인가. 그랬던 석율 자신이 바로 한없이 천한 오메가 남성을 사랑하게 되었다.



놓치고 싶지 않아. 누구에게도 주고 싶지 않아. 나만의 것이야.



석율은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에게 미움받을 것을 알면서도 그래를 가지려는 석율 또한 아직 자격이 없다는 것을. 그는 자신의 사랑과 혼란한 상황 속에서 그래만큼이나 방황하고 있었다. 부디 이 선택이 옳은 선택이길. 석율은 자신의 페니스를 쥐고 그래의 입구를 찾아 위 아래로 살살 문질렀다. 미끈미끈한 그래의 액이 석율의 페니스에서 흘러나온 프리컴과 뒤섞였다. 석율은 마침내 그래의 입구를 찾아내고, 손으로 잘 조준시킨 뒤 천천히 엉덩이에 힘을 주어 그래의 몸 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으응....!!"



그래가 반응했다. 그래의 눈이 마치 뜨이려는 것처럼 경련했다. 석율은 좀 더 허리를 밀어넣었다. 천천히 석율의 두꺼운 페니스가 그래의 몸 안으로 먹혀들어가고 있었다. 액이 잔뜩 나왔던 덕분에 삽입은 비교적 수월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석율은 그래의 목에 남은 희미한 붉은 자욱을 보며 더 깊게 자신의 페니스를 밀어넣었다. 석율은 울컥거리며 솟구치는 울분을 삼키고 있었다. 석율의 페니스가 멈추지 않고 밀려들어갔다. 천관웅이 장그래의 몸을 다 뚫어놓았다는 확고한 증거였다. 



장그래, 넌 천관웅과 대체 어디까지 간 거야?

천관웅과 무슨 얘길 나눴어?

설마 그에게 마음을 준 건 아니겠지?



질투심이 검은 구렁이처럼 석율의 안쪽에서 꿈틀거리며 움직였다. 당장이라도 그것이 목구멍을 치밀고 나올 것만 같았다. 석율의 눈에 분노의 불꽃이 일렁였다. 그래가 끙끙거리며 고개를 젖히고 신음을 흘리는데도 그랬다. 석율은 단단하게 아래를 짚은 자신의 팔에 더욱 힘을 주었다. 무릎으로 시트를 누르며 좀 더 몸을 앞으로 쏟았다. 그래의 다리가 점점 위로 들어올려졌다. 이미 석율의 페니스가 다 삼켜진지 오래였다. 석율의 자세는 마치 그래를 찍어누르는 것 같았다. 그래의 맨 다리가 경련하듯 부들대며 떨렸다.



내가 너의 처음을 가졌어.

내가 너의 몸을 열었어.

내가, 지금 내가 너를 임신시킬 거야.



석율의 눈이 휘번득거렸다. 어느새 방안은 알파의 향으로 진동을 하고 있었다. 석율의 분노가 그대로 느껴지는 향이었다. 굳이 문을 잠그지 않았더라도, 그 누구도 이 방에 얼씬하지 못할 것이었다. 석율은 "씨이발"하고 나지막하게 욕을 읊조렸다. 자신의 몸에 굵은 알파의 페니스가 끝까지 들어갔는데도 장그래는 눈을 뜨지 않는다. 다만 눈꺼풀과 온 몸을 떨며 "으응, 응..."하고 신음을 흘려댈 뿐이었다. 석율은 화가났다. 장그래가 자신을 보지 않는다는 것이 화가났다. 석율은 허리를 한 번 뒤로 크게 뺐다. 그래의 뱃속에 가득 들어찼던 페니스가 잔뜩 젖어 미끌한 채 거의 그래의 몸 밖으로 빠져나갔다. 귀두만 간신히 그래의 입구에 걸쳐 몸을 연결한 채 그래를 쳐다보던 석율은 어금니를 앙문 소리로 그래에게 말을 걸었다.



"장그래, 정신 차려."



쾅! 그와 함께 석율의 몸이 그래에게로 내리꽂혔다. 두 살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찰싹! 하고 났다. 그래의 몸이 크게 경련했다. "아응..!!!" 그래의 목소리도 커졌다. 그러나 그래는 여전히 깨어나지 않았다. 그래의 눈은 잔뜩 찡그려져 있었다. 벌어진 입술 안의 붉은 혀가 요염하게 느껴졌다. 석율의 팔을 간신히 붙들고 있던 그래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래의 짧은 손톱이 석율의 팔뚝을 긁었다.



"내가 지금,"



다시 몸을 물린 석율은 또 한번 쾅 하고 몸을 쳐내렸다. "아윽...!!!" 그래의 몸이 뒤틀렸다. 그래의 고개가 좌우로 움직였다. 석율은 점점 이성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래의 달달 떨리는 다리를 자신의 어깨에 건 채, 석율은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그래의 몸 속 가장 깊은 곳으로 자신의 페니스를 내리꽂았다.



"너를, 안고, 있잖아!"



쾅! 침대가 삐걱대는 소리를 내며 흔들린다. 그래의 손이 좀 더 올라가 석율의 팔뚝 윗쪽을 잡았다. 그래의 입에서 좀더 큰 교성이 흘러나온다. 아니, 고통의 신음소리 같기도 하다. "아아!! 아으...!!!" 그래의 손이 부질없이 석율의 단단한 몸을 긁으며 흘러내렸다. 석율의 팔뚝에 생채기가 났다. 얇게 피가 배어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석율은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석율은 점점 속도를 냈다. 그래가 신음을 흘리며 고개를 뒤로 완전히 제꼈다. 아아, 아윽, 아흑, 울음같은 교성이 방을 울렸다. 석율은 자비없이 그래의 몸을 범하고 있었다. 그는 내리꽂을 때마다 분명하게 그래의 끝쪽에 닿고 있었다. 장그래의 작은 자궁. 그 입구. 그 연약한 살에 몇 번이나 석율의 단단하고 뜨거운 페니스가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듯 세게 찍어눌러 내려왔다.


그래의 가늘고 흰 다리가 석율의 어깨 위에서 부질없이 흔들렸다. 석율은 어느새 이마에서 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가 움직일 때마다 땀이 그래의 얼굴 위로 한두 방울씩 떨어졌다. 두 사람의 몸은 어느새 누구랄 것 없이 흠뻑 젖어 있었다. 석율은 자궁 입구를 찍어내릴 때마다 꿈틀거리며 자신의 것을 꽉꽉 물어오는 그래의 아랫쪽에 헛웃음이 나왔다. 눈은 절대 뜨지 않으면서, 이렇게 몸만 쾌락을 더듬어 찾는 것인가? 내가 아니라 누구라도 상관 없겠지? 천관웅이라도 상관 없겠지?



"이런...씨발...!!"



순간이었다. 그래의 몸이 튀어오를 정도로 박아넣은 그 때, 석율의 사정과 동시에 노팅이 시작되었다. 그래의 다리는 여전히 석율의 어깨 위로 걸쳐진 상태였다. 석율은 그래의 고개 옆에 손을 짚은 채 완전히 그를 찍어누르듯 하고 있었다. 그래의 엉덩이와 석율의 앞이 한 치의 빈 틈도 없이 찰싹 달라붙어 있었건만, 석율은 본능적으로 좀 더 깊은 곳에 노팅하기 위해 둔부에 힘을 주고 그래의 안으로 더 깊이 들어가려 하체를 들이밀고 있었다. 깊이, 더 깊이. 장그래의 몸 속 깊은 곳에 있는 작은 그곳에 씨를 뿌리기 위해. 흰 점성의 정액이 경련하는 페니스에서 끝없이 흘러나왔다. 그래의 허벅지가 부들부들 떨렸다. 석율은 허리를 느릿하게 돌렸다. 페니스 끝이 부풀며 그래의 안쪽을 꽉 채웠다. 석율은 사정의 여운에 눈을 감고 있었다. 그래의 몸이 움찔거렸다. 석율의 부푼 귀두가 그래의 내벽을 자극하고 있었다.


석율은 헉헉거리며 거친 숨을 그래의 귓가에 내뱉었다. 그래는 끝까지 눈을 뜨지 않았다. 석율이 숨을 다 고르는 시간 동안에도. 마침내 부풀었던 페니스가 원상복귀 되고 석율이 몸을 빼내자, 주륵 하고 그래의 입구에서 흰 액이 흘러내렸다. 석율은 흘끗 내려다보곤 손가락 두 개로 꼼꼼히 훑어올린 후, 다시 그래의 몸 속으로 넣어주었다. 집요한 행위였다. 석율은 베개를 끌어당겨 그래의 엉덩이 아래에 받쳐주었다. 휘번득거리는 석율의 눈은 좀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 그는 그래의 머리를 끌어당겨 이마에 키스해주었다. 이렇게 된 거, 차라리 끝까지 눈을 뜨지 못한 것이 나을 지도 몰랐다. 석율은 짐승처럼 그래의 온 몸을 꽉 끌어안은 채 숨을 씩씩대고 있었다.




내 거야.


장그래.


이제 벗어나지 못해.


넌 내 아기를 갖게 될 테니까. 




오직 그래만이 아무것도 모른 채, 석율의 몸 아래서 축 늘어져 있을 뿐이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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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웅그래/천그래] 병가지상사 ('라면' 후속편)

ㄴ미생 기타 2015. 5. 2. 18:48



전편 '라면' 보기





침대에서 일어난 관웅은 생각했다. 아, 이건 아니야. 이건 정말 아니야. 

그는 고개를 떨구고 머리칼을 움켜쥐었다. 도대체 이 상황을 어떻게 수습해야 하는가. 
오늘도 모텔방에서 벌거벗은 채, 아직 세상 모르고 잠든 장그래를 품에 안고 깨어났다. 
왜, 왜 인간 천관웅(37/대기업경력직/기혼)의 인생에 이런 말도 안 되는 사고가 두 번 씩이나 일어났는가????? 

도대체 왜???????? 







[ 병가지상사 ] 







관웅은 이미 장그래와 사고를 친 전력이 있었다. 
그렇다...그것은 약 두 달 전, 장그래와 함께 해외 바이어 접대를 했던 주말의 일이었다. 

유난히 지저분한 접대를 원하던 바이어는 장그래에게까지 마수를 뻗었고, 그런 그래를 방어해주던 천과장은 술을 많이 마셨었다. 당사자인 장그래도 취했음은 물론이다. 그리고 장그래가 그토록 먹고싶다고 종알거리던 라면을 사줬지만, 고주망태가 된 그래는 결국 천과장의 손에 끌려 모텔에 도착한 뒤 침대에서 빛의 속도로 잠들고 말았던 것이다. 


아아. 


이 둘의 얘기가 여기까지만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새벽에 관웅이 비몽사몽하며 그래를 만지던 것이 사고의 시작이었으니.... 
정말 천관웅은 100% 부인의 몸으로만 생각했었다. 자신의 옆에 얌전히 누워있는 나신의 주인공을. 
물론 만져가며 약간의 위화감은 느꼈지만, 취한데다 잠결이기까지 하니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넘어갔던 것이다. 머리가 짧다거나, 가슴이 없다거나, 상당히 말랐다던가 그런 것들... 게다가, 하필이면 그래의 술버릇 중 하나가 취해서 잠들면 옷을 다 벗어던지는 것이었다. 

관웅도 그래도 비몽사몽인 상태에서, 서로를 더듬고 만져지고 하다가 마침내 엎치락 뒤치락하며 몸이 엉키기 시작했다. 그래는 잠에 취해 좀처럼 정신을 차리지 못한 상태에서도 관웅의 키스를 다 받아주었다. 아니 정확히 표현하면 입만 열고 있었다는 것이 맞을까? 관웅은 유부남 N년차 답게 키스를 능숙하게 잘 했다. 
관웅은 관웅대로, 한동안 육아며 살림이며 하는 문제들 때문에 섹스리스였는데 간만에 거사를 치룬다고 생각하니 잔뜩 흥분된 상태였다. 술땜에 아직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는 않았지만, 벗은 몸의 주인에게 한껏 봉사하며 착실히 본능대로 육체를 움직였다. 

문제는 성난 기차가 터널로 들어간 직후였다. 부드러운 애무에 취해 관웅이 인도하는 대로 얌전히 다리까지 벌리며 자신의 몸 위로 올라타는 상대를 받아주던 그래였지만, 생전 처음 겪어보는 고통이 두 다리 사이에서부터 척추를 가르며 올라오는데 저절로 두 눈이 번쩍 뜨이고 "아, 아파아!" 하는 비명이 나온 것이다. 
그제서야 천과장은 반쯤 감고있던 눈을 확 떴다. 그래는 고통에 다시 눈을 감은 뒤 뜰 생각같은 건 하지 못하고, 잔뜩 찡그린 채 눈꼬리에서 눈물을 찔끔 흘렸다. 


"아, 아파요, 그만, 그만....." 

"자, 장그래?????" 

"아파요...아파..." 


관웅은 너무 당황해서 안구가 쏟아지고 허파가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지금, 여기, 분명, 자신의 두 팔 아래 누워있고, 자신의 상체에 몸이 깔려있으며, 자신에게 다리를 벌려준 채, 제 몸 안으로 관웅의 일부를 받아들이고 있는 사람은, 관웅이 근무하고 있는 종합상사 원 인터내셔널의 영업3팀 계약직이자 막내 사원인 장/그/래였다. 관웅은 이 현실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몸을 굳힌 채 눈만 부릅 뜨고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 움직일 수 없었다. 

장그래도 피차 마찬가지였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꿈 속에서 불상의 인물(장그래 멋대로 금발 미녀로 추측)로부터 온 몸을 부드럽게 애무당하고 있었는데, 난데없이 찢어지고 꿰뚫리는 고통이 느껴졌으니 그야말로 누워있다 벼락을 맞은 것만 같았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할 지, 그래는 아직도 많이 취해있었고 비몽사몽에 가까워 고통을 좀 덜 느낀다는 것이었다. 


정말 무시무시한 침묵의 시간이었다. 


두 사람은 말 없이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 와중에 머리가 훨씬 복잡한 쪽은 관웅이었다. 

관웅은 유부남이었다. 유부남인것도 모자라 아이까지 있었다. 게다가 지금 자기 밑에 깔려있는 건 부하 직원이다. 그냥 부하직원이 아니라 직급이 몇 개는 차이난다. 나이는 거의 띠동갑에 가깝다. 누가 봐도 관웅의 잘못이다. 관웅은 불륜을 저질렀다. 하룻밤의 실수니 뭐니 해도 불륜은 불륜이었다. 그것도 남자와! 아니, 저질'렀'다가 아니다. 저지르는 '중'이었다. 현재 진행형이었던 것이다!!! 


"......자, 장그래 씨." 


그래는 어질한 머리로 지금 자신의 이름을 부르고 있는 이가 누구인지를 알아내려 애썼다. 낮고 듣기 좋은 목소리. 왠지 엄격하게 느껴지는 말투. 아빠가 생각나기도 한다. 누구지...누구더라..... 관웅은 정신 못차리는 그래의 얼굴을 몇 번 두들겨 보았다. 그러나 그래의 상태에는 별 차이가 없었다. 관웅이 움직이지 않으니 고통도 덜 느껴지는 듯, 그래는 여전히 관웅의 목을 끌어안은 채 풀린 혀로 "누..구...?"하고 되물을 뿐이었다. 

관웅은 자신이 여기서 더 당황할 수 있을지 몰랐다. 그러나 이 놀라움은 시작일 뿐이었다. 

우선 지금 관웅은, 이 해괴망칙한 사태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분신이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는 것에 경악했다. 보통 이런 일이 있다면, 상대가 누군지 깨닫자마자 온종일 땡볕 내리쬐는 처마 밑 무말랭이모냥 확 하고 쭈그러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관웅의 것은 간만에 눈을 떠서 그런지 보통 의기양양한 것이 아니었다. 상대가 같은 팀 부하, 나이차이는 10세 이상, 게다가 같은 남자임을 안 후에도 줄어들긴 커녕 당당하게 몸집을 키워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미친!!! 

관웅은 얼핏 알고 있었다. 장그래가 예쁘다는 것을. 곱게 생긴 얼굴이라는 것을. 


그러나 품 넉넉한 어두운 색깔의 양복과 딱딱한 넥타이로 그런 생각들은 다 가려버리고 있었다. 장그래는 그냥 기특한 구석이 있는 계약직 사원이었다. 막내 중에서도 막내같은 '우리 애'였다. 너무 마른 몸 때문에 정장 품이 남아돌 때는 보약이라도 먹이고 싶다는 삼촌의 마음이 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관웅의 두 팔 아래에 있는 그래는 달랐다. 헝클어진 머리카락이 예쁜 이마 위로 흩어져 있다. 얼굴에는 어느새 땀이 송글 맺혀있고, 자신의 목에 엉켜있는 가늘고 흰 팔은 몹시 야하게 느껴진다. 그래는 천천히 눈을 뜨고 천과장을 올려보았다. 관웅의 심장이 갑자기 쿵 하고 아래로 떨어지는 것 같았다. 한없이 투명한 밤색의 눈동자가 자길 올려보고 있었다. 속눈썹은 한가닥 한가닥씩 셀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통통한 입술은 잔뜩 붉어져, 무슨 말인가 하려는 듯 조금씩 움직거리는 것 같았다. 그래의 입술이 아까 키스했을 때 묻은 타액 때문에 반들거렸다. 


'안 돼. 안 돼, 제발 인간으로 남아있자, 천관웅!' 


관웅은 맘 속으로 외쳤다. 제발. 신이여, 거기 계시다면 앞으로 몇 년 더 섹스리스 해도 좋으니까 제발 이 아들놈 좀 죽여주세요! 앞으로는 가사도 육아도 진짜 열과 성을 다해 함께 하겠습니다. 돈 벌어온다는 핑계로 마누라 고생시키지 않겠습니다. 앞으로 절대로 다른 여자한테 눈 돌리지 않고 완전 집돌이 애처가 되겠습니다! 신이여 제발!!! 


-그러나 관웅의 신은 그 시간, 오차장네 집에 가 있었다. '신이여, 제발 힘을 주소서! 오늘 정기방어전 성공적으로 치뤄야 합니다!'라고 간절히 기도하는 오차장(43세/기혼/자녀3남)의 곁에 말이다- 


그래는 지금 자기 안에 들어와 있는 사람이 누군지 알아보기 위해, 얼굴을 들고 바짝 가져다 댔다. 두 사람의 코가 닿을 뻔 하자 천과장이 멈칫 하며 몸을 뒤로 물렸고, 덕분에 아랫쪽은 좀 더 가까이 맞물리게 되었다. 그래는 미간을 찡그리고 관웅의 입술 바로 앞에서 "아파요..."하고 소근거렸다. 관웅은 거의 한계였다. 진짜, 진짜 거의 한계였다. 관웅은 정말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여 자신의 허리를 그래로부터 떨어트렸다. 방금까지 따뜻한 그래의 몸 안에 담겨있던 성난 관웅의 분신이 조금씩 다시 세상 공기를 맛보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러나 들어오고 나가고는 그래에게 큰 차이가 없었다. 처녀인 그래에게, 두 움직임 다 피차 고통이었다. 오히려 뜨겁고 젖어있던 관웅이 물러가는 느낌은 소름까지 끼쳤다. 그래는 잔뜩 움츠리며 관웅의 목을 꼭 끌어안고 매달렸다. 하아 하아, 붉은 입술로 밭게 쉬는 숨에는 그래가 느끼는 감각이 다 새겨져 있었다. 그 소리가 마치 뾰족한 번개처럼 관웅의 귓 속을 파고들었다. 관웅이 기껏 몸을 물리는데도 그래가 매달리며 따라오니 상황이 난처했다. 게다가 그래는 어느새 슬그머니 관웅의 몸 위로 자신의 다리를 들어올려 끌어안고 있었다. 


"아....아파요.....살살...." 

"...장그래, 너 내가 누군줄 알아?" 


관웅은 술이 덜 깬 것 같은 그래를 보며 마지막 체념의 질문을 던졌다. 

장그래, 제발. 정신 차려서 날 발로 차고 비명을 지르고 주먹으로 때리란 말이다. 


".......장...님" 

"응? 내가 누군지 아냐고....." 

"과장님, 과장님....." 


그래는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관웅을 끌어안은 팔에 힘을 주었다. 

관웅의 목에 얼굴을 파묻은 그래는 계속 속삭였다. 


과장님, 관웅 과장님. 

천관웅 과장님. 

좋아해요. 

좋아해요....... 





관웅의 이성은 거기서 끊겼다. 









 



그랬던 것이 불과 두 달 전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한바탕, 오로지 눈 앞의 상대가 누구인지만 인식하고, 둘 다 정줄을 놔버린 채 엉망으로 뒹굴었던 것이 두 달 전. 아침에 일어나서 함께 몸을 씻고 마른 수건으로 닦아주며, 오늘 일은 서로 잊자고 얘기했던 것이 두 달 전. 그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수건에 얼굴을 파묻고 흐느꼈고, 관웅은 그런 그래를 끌어안고 한번 더 깊게 키스해주었다.

어리석은 소녀처럼 관웅의 목에 매달려 눈물 흘리는 그래를 보고 미안하다는 말만 반복했던 관웅.
너무나 어처구니 없이 들켜서는 안될, 영원히 숨겨야 했던 마음을 꺼내버린 지난 밤의 두 사람.

관웅은 반듯하게 정장을 차려입고 그래보다 먼저 모텔 방을 나섰다.
그런 관웅을 보고 침대에 엎드려 한참이나 엉엉 울었던 장그래.

사랑하자 마자 이별이었던 두 사람의 하룻밤이 두 달 전.


그 날 이후로, 두 사람은 다시 평범한 상사와 부하로 돌아왔다. 둘 중 누구도 '그 밤'에 대해 얘기하지 않았으며 기억하려고 하지도 않았다. 관웅은 더 좋은 남편이, 더 좋은 아빠가 되었으나 여전히 섹스리스였고 그래는 석율의 장난어린 대쉬를 받으며 철벽을 치고 있었다.


모든 것이 전과 같았다. 아무 것도 바뀐 것은 없었다.
이 두 사람이 함께 출장을 가게 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런데, 어째서 이 두 사람이 다시, 한 침대에서 홀랑 벗은 채로 발견된 것인가???

그건 다음 번에 얘기하도록 하자.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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