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웅그래/그래른] 기생집 쌍년 준식 & 애기 기생 장그래 썰 <3> (11/24)

ㄴ미생 기타 2015. 11. 24. 15:22

결국 그래는 약통을 준식에게 빼앗기고 말았음. 말만 쓰고 준다는 거지 준식이 돌려줄 리도 없었고, 실제로 돌려주지도 않았음. 그나마 간직한 희망 비슷한 것이었는데 그래는 그 날 이후 더욱 메말라감. 그러다 결국 허드렛일을 하다 쓰러지고 맘.


누워서 소리없이 앓는 그래. 무슨 병인지도 정확히 몰랐음. 의원을 부르려 했으니 준식이 호들갑 떨지 말라고 막아버리고. 준식은 다들 하는 일인데 왜 너만 유난이냐고 일부러 듣는 데서 욕을 하기도 했음. 그래는 그저 방 안에 누운채 눈물만 줄줄 흘렸음.


보고싶은 나으리는 오지도 않고. 유일한 보물이었던 것도 준식에게 빼앗기고. 모두가 자길 따돌리고 매일매일 고된 일에... 그래는 너무 외롭고 너무 사무쳤음. 아픈 몸만큼 마음도 아팠음. 시름시름 앓아가는데도 제대로 된 치료도 못 받는 그래.


그런데 그날 밤. 갑자기 웬 전령이 나타나 동식에게 말을 뭐라 전하고 감. 동식은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짓고, 골똘히 고민하더니, 그래의 방으로 먼저 들어감. 누워서 밭은 숨만 쉬던 그래는 간신히 동식을 향해 고개를 돌렸음. 일어서지도 못하는 그래.


"야, 이거 너한테 처음 말해주는 거야. 준식이 알면 또 난리치겠지만..." 입을 떼는 동식. 그래는 대체 무슨 일인가 하여 열오르는 머리로 동식을 빤히 쳐다봄. "며칠 안에 천관웅 대사헌께서 기방에 들르실 거야. 오늘 전령이 알리고 갔어."


"그런데 너가 이렇게 아프면, 모시지도 못할 거 아냐. 그러까 잘 먹고 기운 잘 차리고 있어라, 응?" 그렇게 말한 동식은 후다닥 나가버림. 그래는 동식의 따뜻함을 느낌과 동시에, 천관웅이 온다는 말에 심장이 갑자기 격하게 뛰기 시작했음.


대사헌 나으리가? 대사헌 나으리가 오신다고? 지난 번 저잣거리서 뵈었던게 마지막이었는데... 보고 싶어! 나으리가 보고 싶어. 내가 모시고 싶어! 준식 선배가 아니라, 내가! 정말 그리웠어, 너무 그리웠어! 죽을 것 같았는데...!!


죽어가던 그래의 눈빛에 반짝반짝 빛이 돌아오기 시작했음. 그래는 이런 그리움이 뭘 뜻하는 것인지도 몰랐음. 이런 애틋함이 뭘 의미하는지도. 그저 머릿속에 대사헌 나으리를 뵙고 싶다는 생각 하나 뿐이었음. 그래는 간신히 상체를 일으켜 앉음.


그리고 머리맡에 있는 거울로 자기 외모를 살핌. 삐쩍 마르고 초라하기 그지 없었음. 그래는 침착하게 간호용 천에 물을 적셔 자신의 얼굴을 닦기 시작했음. 얼굴을 닦은 후에는 머리칼을 빗고 동백기름을 발랐음. 그래의 얼굴에 생기가 돌아오고 있었음.


갑자기 살아나는 그래를 보고 기분이 안좋아 진 것은 당연히 준식이었음. 이년 봐라? 내가 아주 짓밟아 놓고 천 대사헌이 줬다는 물건까지 뺏었는데도 아직 기가 살아있네? 이런 느낌이었음. 준식은 이참에 그래를 끝까지 밟아 내쫓자고 결심함.


그러나 준식이 아무리 구박의 강도를 높여도, 며칠 내 천 대사헌을 본다는 희망이 생긴 그래는 눈이 반짝반짝했음. 아무리 고된 노동을 시켜도, 사람들 앞에서 모욕을 줘도, 때리고 꼬집어도 견뎌냈음. 그래는 동식에게 자신의 옷을 골라달라 부탁.


적어도 대사헌 나으리가 오실 때는 가장 예쁜 모습으로 맞고 싶었음. 아무리 자기가 지금 피골이 상접하고 피부도 말이 아니라지만, 그래도 예쁘게 보이고 싶었음. 가장 예쁜 모습으로. 동식은 어쨌든 높은 분이 온다니까 그래 말대로 옷을 고르기 시작.


그리고 드디어 준식의 귀에도 천관웅이 온다는 소식이 들어감. 아주 화산처럼 폭발하며 성질내고 지랄을 떠는 준식. 그렇지만 아예 콕 그래를 지명해서 온다는데 자기가 어쩔 턱이 없었음. 준식은 저걸 밀어서 어딜 부러트려버려? 이런 못된 생각까지 하는데.


물론 준식이 썅년이라지만 그 정도까지의 썅년은 아니었음. 그냥, 분명 언젠가 그래가 자신의 에이스 자리를 넘볼 것 같았고, 실제로 그런 기미가 보여서 미움이 커진 것이었음. 그리고 그래의 어린 모습은 옛날의 자신을 많이 닮았었음. 준식은 그게 싫었음.


그 이야기는 나중에 풀고, 암튼 드디어 천 대사헌 방문 전날이 되었음. 그래는 매일매일 머리와 몸에 기름을 바르고 깨끗하게 몸을 씻으며 나으리를 기다렸음. 준식은 눈꼬리를 35도로 치켜세우고 그래를 갈궜음. "좋냐? 너 그래봤자 내말 잊지 마."


"예..?" 마루를 닦던 그래가 준식의 목소리에 돌아봤음. 팔짱을 낀채로 그래를 내려보던 준식은 씩 웃으며 한마디 했음. "야, 내가 진짜 선배로서 해주는 말이야. 너 그런 놈들한테 맘 줘봤자..결국 너만 다친다." 넌 결국 노리개다, 이 소리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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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웅그래/천그래] 불륜 임신 막장 썰 <4> (11/24)

ㄴ미생 기타 2015. 11. 24. 15:17

창문이 손바닥만한 작은 고시원에 들어와서도 그래는 좁은 침대 위에 앉아 배를 끌어안고 계속 흐느껴 울었음. 과장님. 천 과장님. 아니, 관웅 씨. 관웅 씨.... 뭐가 잘못된 걸까.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애초에 우리 둘이 만난게 잘못이었던 걸까.


그래는 울면서 떠올렸음. 관웅네 집 앞에 뜯겨진 채 팽개쳐져 있던 이혼 관련 서류들. 그 때 그래의 머릿속에 번뜩 하고 어떤 생각이 났음. 설마, 과장님은 내가 사라진 다음에도 계속 이혼을 하려고 했던 걸까...? 대체 왜...? (너땜이지 임마..)


장그래는 자기만 사라지만 관웅이 이혼할 이유가 없어진다고 생각했음. 다시 가정으로 돌아갈거라고, 그래서 모든게 제자리를 찾을 거라고 아주 나이브하게 생각했음. 그러나 그건 그래만의 생각이었음. 아무리 그래가 잠적했었다지만 모든 진행이 너무 빨랐음.


그제서야 그래는 혹시, 정말 혹시 하며 관웅이 이미 자기한테 말하기 전부터 이혼을 준비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음.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그래의 표정이 놀란듯 변해버렸음. 만약 그렇다면, 정말 그렇다면, 관웅을 배신한 건 자신일지도?


돌이켜보면 관웅은 이미 자기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자마자 방을 얻어 주었음. 보통이라면 그런 행동을 할까? 그저 처음엔 발정난 오메가를 도와준 것일 뿐이었고, 그나마도 피임약을 챙겨먹지 않은 것은 자신이었음. 그래는 몸서리를 쳤음.


사실, 그래는 오래 전부터, 둘이 처음 관계를 맺기 전부터 관웅을 좋아하고 있었는지도 모름. 드디어 거기까지 깨달아버린 그래. 천관웅이 다음 날 친절하게 챙겨줬던 피임약을 굳이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미루다 먹었던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하나밖에 없었음.


관웅 또한, 일반적 알파의 반응이라기엔 지나칠 정도로 자길 챙겨줬고, 많은 것을 희생했었고. 애초에 관웅을 불러내 임신했다고 통보하면서도 아기를 알아서 없애겠다는 말 따윈 기만이었음. 그런 말을 듣고 "그래,그럼 지워" 할 사람은 없으니까.


관웅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운신의 범위 내에서 그래를 챙기려고 혼신의 힘을 쏟았음. 그래도 그걸 알고 있었음. 만약 관웅이 자신을 위해 전부터 이혼을 준비하고 있었다면, 그래서 아이를 낳자고 말했던 거라면, 관웅에게 대체 얼마나 큰 상처를 준 것일까.


그래의 멘탈이 순식간에 붕괴됐음. 그래는 덜덜 떨면서 울다가 고시원 밖으로 뛰쳐나왔음. 무작정 관웅네 집으로 향하려고 신발끈도 제대로 묶지 않은 채 거리를 걷기 시작했음. 우느라고 흐려진 시선에 아무것도 보이지가 않았음. 그래에게 다가오는 자동차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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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웅그래/천그래] 애기 색시 그래 썰 ① (9/7)

ㄴ미생 기타 2015. 9. 7. 18:55


부인인데도 소실처럼 사는 어린 그래 보고싶다. 집안이 나름 좋은 씨만 생산해낸다는 정통성의 오메가 가문인데 하도 난리치는 집안 어른들 때문에 서로 얼굴도 모르면서 혼인하게 되는 관웅과 그래.


그 때 그래 나이가 암것도 모르는 8살, 관웅은 피끓는 19살. 관웅은 사귀는 처녀가 있었는데 그냥 별거없는 집안이라 어른들이 결사반대 했던 것이고. 관웅은 당연히 혈기로 그럼 집나가겠다고 하는데 어른들이 일단 본부인만 그래로 들여라 하고 꼬신거.


그래서 세상에 8살 애기를 데리고 와서 혼인을 하는데 진짜 막 콩알만한 애가 새색시 옷차림 해놓고 고개 숙이고 가만히 있는것도 힘들어해서 막 비틀비틀 하고 애기씨 옆에서 여종들이 챙겨주는데 아주 가관...; 보던 어른들도 결국 혀를 찰 지경.


관웅은 이미 19세라 키가 육 척이 넘고 기골도 장대하고 얼굴도 자알 생겼겠지. 그리고 사귀는 여자는 혼인날 와서 멀리서 저고리 고름 물고 관웅 보며 울먹거리다가도 신부 보고는 어이가 승천할듯. 저런 꼬맹이한테 질투를...ㅡ.ㅡ


첫날밤은 뭐 말할 것도 없이 어린 애기가 무거운 옷이랑 화장땜에 지쳐 잠들고 관웅은 밖에서 친구들이랑 술 퍼마시고 늦게 들어오고... 이러고 땡. 그날부터 그래는 그냥 뒷방 천덕꾸러기 신세 마님이 되어버렸어요. 애기니까.


관웅은 곧 사귀던 여자를 소실로 들임. 어른들의 약조였으니까. 결국 본부인 역할은 이 소실이 다 하게 되고 실제 본부인인 그래는 집에서 딸려보낸 여종 외엔 아무도 상대해주지 않음. 다행히 그래가 나이가 어려서 이런걸(은따) 전혀 모름.


그래는 그저 천진난만하게 마당으로 들로 시내로 뛰어다니며 놀고 챙겨주는건 여종밖에 없음. 관웅은 심지어 그래가 부인 이런게 아니라 자기 자식이나 막냇동생같은 느낌이 들 정도. 가끔 그래가 매달리면 놀아주는데 딱 그 짝.


그래는 관웅을 유난히 좋아하고 잘 따르는데 부르는 명칭만 어른들한테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서 "서방님,서방님" 하는 것. 서방님! 여기 내가 메뚜기 잡아쪄요! 뭐 이럴 때마다 관웅 머리짚...


그래도 본부인이라고 소실은 관웅과 그래가 가까이 있는걸 싫어함. 여자의 질투는 깊이가 없습니다 네... 암튼 관웅과 그래가 함께 있는 걸 보면 묘한 기분이 드는 소실. 그 날은 분명히 관웅을 잡아다 뜨거운 밤을 보내는 날. (ㅠ.ㅠ)


암튼 관웅은 나랏일 보러 들락날락 하는데 그래가 자기를 하도 따르니까 가끔씩 돌아오면서 저잣거리에서 이런저런 단 것들, 즉 애기용 까까를 사오기도 함. 그러면 보통 문 밖에서 놀고있던 그래가(흙장난 ㅠㅠ) "서방님! 와 서방님이다!" 하고 뛰어옴.


그 모습이 주인만 기다리는 강아지같기도 하고 그래서 관웅이 재빨리 품에 든 까까를 꺼내주면 "야 맛있는거다!" 하면서 팔짝팔짝 뛰고 좋아하는 어린 색시. 그 모습 보면 관웅도 절로 얼굴이 풀어질 수 밖에 없었음. 그거 보며 또 저고리 무는 소실;


어쨌든 정통있는 알파가문의 며느리가 되었으니, 체통;;을 지키느라 또래 애들이랑 놀 수도 없고 그저 천둥 벌거숭이처럼 놀러다니고..그걸 또 집안 사람들은 방치하고...관웅은 이미 본부인 노릇 하는 소실과 이챠이챠...아무것도 몰라 차라리 행복한 그래.


암튼 그렇게 관웅은 20대를 맞고, 계속 그래와는 서자(형제)처럼 지내는데. 이상하게 소실에게는 아기가 생기지 않았음. 역시 오메가 가문의 아이가 아니면 안된다고 어른들이 소실을 구박하기 시작하고, 그래만 바라보기 시작하는데.


그래는 돌봐주는 사람 없이 방치되며 컸고, 애초 영민한 기질이었기에 슬슬 자기 처지가 어떠한지 깨달아감. 그 때 그래의 나이 11세. 3년 전엔 그저 쪼끄만 애기일 뿐이었던 그래는 슬슬 예뻐지려 하기 시작하고 있었음. 아마 초경도 곧 올 것 같음.


완전 소실 치마폭에 싸여 지내던 관웅도 점점 피어나는 그래에게 눈이 안 돌아갈 수가 없었음. 처음에는 그저 마냥 애기같기만 하고, 심지어 발음도 잘 못하고, 마치 자기가 아빠나 큰형같은 기분이었는데 점점 심장이 간질간질했음.


그래는 혼인한 때부터 지금까지 늘 저녁때면 관웅을 마중하러 문 밖으로 나와 있었음. 그래가 커가면서 관웅에게 학문을 배우기도 하였음. 관웅은 그래의 영민함에 감탄함. 그냥 뒷방 부인으로 들어앉아 있기에 너무 아까운 재능이 있었음.


그 때부터 나이차이 많이 나는 보호자의 감정 외에도, 재능있는 후학을 보는 선배의 마음이 생겨났음. 마냥 애기같던 그래가 조금씩 커가고 있다는게 느껴졌음. 가끔씩 관웅은 마중나온 그래를 목에 태워주기도 했음. 그러면 그래는 너무 즐거워했음.


"서방님! 저기 00네 과수원까지 다 보여요!" 관웅에게 그래의 무게는 솜털같았음. 3년이 지나 11살이 되었다고 해도 마찬가지였음. 최근의 그래는 친구가 없어 좀 쓸쓸해하는 것 같았음. 관웅과 여종이 오로지 자신의 말상대인데.


그래는 그렇게 자신과 짧게 놀아주고, 집 안으로 들어가면 바로 소실에게 쏙 가버리는 관웅을 보며 늘 마음이 허전했음. 아니, 처음엔 허전한지도 몰랐지만 점점 커지면서 허전함을 느끼게 됨. 그러나 그 마음의 정확한 실체는 그래도 모름.


그리고 그래는 어느새 12살이 됨. 그래는 한결 예뻐졌음. 희고 매끈한 피부, 삼단같은 검은 머릿결, 마른듯 보기좋은 몸, 투명한 눈동자에 높은 코, 붉고 도톰한 입술... 아직 형질 발현 전인데도 집 앞에 여드름 난 알파들이 얼쩡거림.


물론 관웅네서 다 내쫓기는 했지만 그래의 매력은 숨긴다고 숨겨지는 게 아니었음. 등불을 손바닥으로 가려봤자 방에 퍼지는 빛을 막을 수 있겠는가! 당연히 관웅네 하인들까지도 그래를 흘끗거렸음. 당연히, 관웅의 눈에도 그래가 점점 들어옴.


그럴수록 본부인 행세를 하고 있던 관웅의 소실은 옷고름을 무는 날이 많아지고(... 암튼 별다른 이유 없이도 그래가 미워 죽겠는 소실. 이러다 어느 날 관웅의 사랑을 뺏길것만 같음. 사실 지금것 집안 내에서 그래의 은따를 주도하던 건 이 소실이었음.


그런데 그것도 모르고 그래는 어렸을 때부터 "누나! 누나!" 하면서 소실을 매우 따랐음. 소실은 질색하며 매번 그래를 떨쳐냈고. 원래는 소실이 본부인을 형님이라고 불러야 했지만 그냥 대놓고 집안 사람들 앞에서도 "얘,그래야"하고 하대하던 그녀였음.


그래는 조금 나이가 들고 학문을 배우면서부터 '누나'에서 '누님'으로 호칭을 업그레이드 했음. 그래는 소실을 엄마처럼 생각하는 것 같았음. 관웅은 아빠처럼 생각하고. 그렇지만 소실은 남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는 그래를 매우 구박하고 있었음.


관웅과 집안 어르신들 앞에서는 천사같고 마냥 조신하던 그녀지만 그래와 둘만 남게 되면 얼굴을 싹 바꾸고 얼음여왕ㅡ.ㅡ으로 바뀌는 것임. 그리고 마치 종 대하듯 그래에게 이것 저것을 시키고 부려먹음. 이 사실을 아는건 그래의 여종 뿐이었음.


그러던 그녀였으니, 하물며 그래가 점점 이뻐지고 막 봉오리를 터트리려고 하는데 오죽할까? 그래를 찾아 담 밖을 어슬렁거리는 청년들을 죄다 쫓아내는 건 바로 이 소실이었음. "야! 이것들아 썩 물러가지 못해!" 그걸 보던 그래의 눈이 커질 정도.


관웅도 사람이다 보니 살아가며 자기 소실의 이런 안좋은 성정을 어느 정도 눈치채가고 있었음. 그래도 옛날부터 사귀고, 또 같이 몇 년 산 정이 있어서 아직 내치지 않고 있는 것이었음. 언젠가부터 부쩍 그래에게 마음이 가기 시작하는 관웅.


가끔씩 관웅이 시간을 내어 그래의 뒷방으로 가면, 그래는 펴놓은 이불 위에 엎드려 미주알 고주알 자신의 하루를 관웅에게 이야기해 주었음. "서방님 그래서요, 오늘은 이만한 잠자리를 봤는데-" 조잘조잘 떠드는 그래의 붉은 입술.


그래의 얘기는 듣는둥 마는둥, 관웅이 그래의 얼굴을 넋놓고 쳐다보자 그래도 눈치채고 입을 다물고. 괜히 얼굴이 뜨거워지는 그래. 아직 사춘기도 오기 전이라 이런 신체 반응이 무슨 뜻인지 자기도 몰랐음. 관웅 눈에 감물이 든 그래 얼굴이 들어옴.


관웅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기울이기 시작했음. 어어...? 하는 그래. 느리게 다가온 관웅은 그대로 그래의 도톰하고 붉은 입술에 입맞추었음. 깊은 입맞춤이 아니라 그저 입술끼리 오래오래 맞닿는 그런 것이었음. 그래는 눈을 꽉 감아버림.


시간이 한참 흐른 것만 같았음. 정적이 흐르던 방에 관웅이 그래에게서 츄 하고 입술 떼는 소리만 들려옴. 관웅은 천천히 눈을 떴음. 그래는 아직도 눈을 꽉 감고 있었음. 얼굴은 어느새 홍당무가 되어 있었음. 관웅이 웃으며 그래의 뺨을 쓰다듬었음.


"눈 떠도 되오." 그제서야 눈을 뜨면서 호흡까지 같이 내쉬는 그래. 지금의 이 행동이 뭔지, 뭘 의미하는 건지도 모르는 순진한 그래였음. 가르쳐준 사람이 없어...가르쳐준 사람이...ㅠㅠㅠㅠㅠ "서,서방님..." 그래는 폭발할 것 같았음.


관웅의 눈빛이 더할나위 없이 상냥했음. 관웅은 눈동자로 그래의 얼굴을 훑었음. 부끄러워서 절로 눈이 내리깔리는 그래. 관웅과 이런 식의 접촉은 아예 처음이었음. 그저 사내동생 대하듯 목마나 태워주고, 업어주고, 그런 정도였지.


그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가만히 입을 다물고 있었음. 정인간의 입맞춤이 뭔지도 제대로 몰랐지만 무슨 말을 할 분위기가 아닌 것 같았음. 관웅은 말없이 눈만 내리깐 채 속눈썹을 떠는 그래를 바라보다가 다시 한 번 고개를 기울였음.


이번에는 좀 더 진득하고 끈적하게 입맞춤이 이어졌음. 그래의 윗 입술, 아랫 입술을 한번씩 느리게 핥고 빨던 관웅은 충분히 맛을 보고 나서 그래의 입술을 혀로 가르고 들어왔음. 그래는 얼떨결에 입을 벌리긴 했으나 당황해서 어쩔 줄 모름.


아직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는 그래를 보고 관웅이 큰 손으로 그래의 얼굴을 쓸어 눈을 감겨줌. 그리고 이어지는 깊은 키스. 혀와 타액을 거침없이 섞어오는 관웅의 숨소리가 조금씩 거세지고 있었음. 그래는 짧은 호흡으로 키스를 받아내기도 벅찼음.


하푸, 푸앗 하면서 관웅의 키스를 받다가 호흡곤란 환자같은 소리를 내며 입을 떼는 그래를 보니 관웅의 웃음이 절로 나왔음. 관웅은 그래도 멈추지 않고 그래에게 계속 키스하다가 결국 그래의 몸 위로 올라타 뺨,턱이며 목덜미에도 입맞추었음.


그래는 요 위에서 허우적대며 관웅을 밀어내야 할지 어째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음. 관웅의 호흡이 점점 거칠어지는 것이 몸이 안 좋아보였음. 그 와중에도 관웅의 입술이 닿는 곳마다 불타는 듯 뜨겁고 간지럽고, 그래 또한 정신을 차리기가 힘들었음.


"서,서방님,잠깐..만요...!" 그래가 애타게 관웅을 불렀지만 '서방님'이란 말이 관웅을 더 자극하고 말았음. 관웅은 충분히 흥분한 상태였음. 그래는 아직 작고,어리고,아무 것도 몰랐지만 그것이 더 관웅의 정욕을 자극했음.


그래의 조막만한 애기손이 애처롭게 관웅의 어깨를 밀어내고 있었음. "서방님,서방님 아픈 것 같아요...서방님," 그 와중에도 자기를 걱정해주는 그래를 보니 관웅은 기특했음. 하지만 그것과 불타는 정염은 별개였기에 관웅은 하반신을 그래에게 부볐음.


입은 게 많은 두 사람이었지만, 어린 그래는 자신의 하체에 닿아오는 관웅의 단단한 물건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음. 이게 대체 뭘까? 그래는 짐작도 할 수 없었음. 그래서 그래는 관웅에게 물었음. "서방님,이 아래 이상한 게 있어요..."


그래의 몸 위에 올라탄 채 내려다 보고있던 관웅은 그래의 말에 결국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음. "그래, 뭐가 있는 것 같소?" 그러자 그래는 잠시 입을 다물고 망설이다가 고사리같은 손을 뻗어 관웅의 물건을 옷 위로 더듬어 봄. "따..딱딱한 건데..."


그래의 어설픈 손길이 관웅을 더 흥분시키고 있었음. 관웅의 숨소리가 커짐. 그래는 또다시 순진한 눈으로 관웅을 올려보며 걱정스럽게 물었음. "서방님, 어디 아프세요?" 관웅은 쓰게 웃으며 답했음. "그대가 날 아프게 만드는구료."


그래는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음. "네??" 내,내가? 서방님을 아프게 만들었어? 관웅은 쪽 하고 그래의 뺨에 자신의 입술을 눌렀음. "그렇게 자꾸 만지면 더 아프다오." 에에? 이걸 만지는데 왜 서방님이 아프지? 그래는 깜짝 놀라 손을 떼버림.


관웅은 그래의 눈을 바라보며 갈등하고 있었음. 이걸 잡아먹을까, 말까. 어제까지만 해도 그저 막냇동생 다루듯 이불 위에 엎드려 이런 저런 얘기나 들어주던 애기였는데, 이렇게 갑자기 진도를 빼도 되는 걸까. 정말 괜찮은 걸까.


그렇지만 오늘의 그래는 유달리 예뻤음. 그래는 정말 하루가 다르게 예뻐지고 있었음. 관웅은 고민하다가 그래에게 짓궂은 말을 한마디 건넴. "왜 손을 떼시오? 거기서 손을 뗴면 여기가 아프다오." 그래의 조막만한 손을 잡아 자신의 가슴으로 이끄는 관웅.


그래는 어쩔 줄 몰라 울상이 되어가고 있었음. 저 딱딱한 것을 만지지 않는다면 서방님의 가슴이 아프다니, 이래도 아프고 저래도 아프고, 결국 그래는 "어,어떡해..."하고 울먹이다가 울음을 터트리고 맘. 갑작스런 울음에 핵 당황하는 관웅.


"쉬이- 괜찮소,울지 마시오, 괜찮다니까..." 어린애를 울려버렸다는 자책감에 열심히 그래를 달래주기 시작하는 관웅. 당연히 그래가 훌쩍거리는 사이에 아래도 약간 식어버리고 맘. 결국 관웅은 그래 위에서 작은 머리통을 꼭 끌어안아주었음.


"서,서방님이, 훌쩍,나 때문에...훌쩍," 계속 우는 어린 색시. 관웅은 그래를 꽉 안은 채 속으로 한숨을 쉬었음. '오늘 진도를 너무 나갔군.' 생각해보면 둘이 성적인 접촉을, 아니 성적인 분위기를 조성한 것 자체가 오늘이 처음이었음.


관웅은 그래를 달래주며 "내가 옆에 있을 테니 푹 자시오" 하고 토닥임. 너무 쎈 일을 많이 겪어서인지, 그래는 훌쩍거리다가 엄지손을 빨며 관웅의 품에 안겨서 금방 잠이 들었음. 관웅은 옆에 누워 아빠처럼 계속 그래의 등을 토닥여줌.


그리고 그래가 깊게 잠들었다 싶을 때 몸을 빼고 방 밖으로 나가려 했으나, 귀신같이 그래가 관웅의 옷깃을 잡고 놓아주지 않는 바람에 결국 관웅은 서너번의 시도 끝에 포기하고 그래의 옆에서 같이 잠들고 말았음. 이런 일도 처음이었음.


한편 본부인 행세를 하는 소실은 그래의 방으로 들어간 관웅이 늦자 아예 멀찌감치 안마당에 서서 그래의 방만 째려보고 있었음. 그런데 아무리 밤이 깊어도 관웅이 나올 생각을 안 하고, 심지어 새벽이 되자 불까지 꺼지고 마니 또 옷고름을 물고 파르르..!


'장그래 너어, 가만 두지 않겠어...!!' 맘 속으로 앙심을 품는 소실. 관웅과 그래는 사실 그냥 나란히 누워 잠만 자는 것인데 소실의 머릿속에서는 벌써 이런저런 음란한 상상이...!!! 아무튼, 그렇게 누워 자다가 새벽 닭이 울고.


벌떡 일어나는 천관웅. 정신을 차려보니 머리도 흐트러져있고 옷도 벗지 않고 그대로고, 아무튼 좀 어수선한 꼬라지. 그 와중에 색색거리는 소리가 나서 옆을 보니 그래가 관웅 쪽으로 엎드려 단잠을 자고 있음. 그 모습을 자세히 살펴보는 관웅.


그동안 그래와 같이 밤을 보낸 적이 한 번도 없기에, 그래의 아침 모습을 보는 것도 처음이었음. 희미한 푸른 빛이 창호지를 뚫고 들어와 그래의 얼굴을 비추었음. 울다 지쳐 잠든 그래의 눈가엔 아직 눈물자국이 남아있었음.


검은 머리칼은 많이 흐트러지지 않아 단정했고, 감은 눈은 길게 빠져 묘한 색기를 뿜었음. 도톰한 입술은 약간 벌어져 옅은 숨소리를 내고 있었음. 관웅은 그래를 쳐다보며 한참동안 뭔가를 생각하다가, 조심히 상체를 기울여 입술에 뽀뽀해주고 방을 나섬.


그리고 안방으로 돌아온 관웅은 소실이 아직까지 깨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람. 소실은 당돌하게 "간밤 좋은 시간 보내셨나요?"라고 물어옴. 관웅은 소실의 태도에 당황하였으나, "뭐...그렇다고 할 수 있지."라고 대충 대답하고 넘겨버림.


그리고 그 말에 더욱 분노하는 소실!!!!! 그렇다고 할 수 있지???? 지금 장난해???? 그러나 겉으로는 평정을 유지하는 소실. 관웅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씻고, 나갈 채비를 하고, 궁으로 입궐하기 위해 집을 나섬.


바로 그 때 날마다 관웅의 출퇴근을 배웅하는 그래가 허겁지겁 자기방에서 달려나옴. "서,서방님! 잘 다녀오세요." 그 한마디를 하려고 졸린 눈을 억지로 뜨고 버선발로 나온 그래가 귀여워서 관웅의 입가에는 미소가 걸림. 소실은 아예 마중 나오지도 않음.


그리고 그 날, 집으로 돌아온 관웅은 그래의 여종을 따로 불러 조용히 물어봄. "저...그래가 달거리를 시작하였느냐...?" 그래가 얼마나 컸는지도 제대로 모르고 있는 관웅. 그동안 얼마나 무심했는지. 여종 영이는 주인의 관심에 얼굴을 환히 밝히며 대답함.


"아니요, 그치만 곧 시작하실 것이옵니다. 이제 충분히 자라셨는 걸요?" 뿌듯한 얼굴로 그렇게 자기 주인마님에 대해 어필(?)하는 여종을 보자 관웅도 뭔가 반가운 마음이 들었음. 관웅은 오늘 밤에도 그래의 처소에 찾아가 보아야겠다 다짐하는데.


우선 씻고 나서, 그래와 함께 저녁을 할 테니 밥상을 그쪽으로 들이라는 주인의 명령. 소실에게는 돌아왔다는 소식만 알리고 바로 그래의 뒷방으로 가버리는 관웅. 소실은 차곡차곡 분노게이지가 쌓여가고 있었음. 지금 한 70% 정도.


그래는 난데없이 관웅이 방으로 들어오자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는데, 하필 그래가 밖에서 실컷 놀다 들어와 목욕을 한 뒤 옷을 갈아입고 있던 것. "들어가겠소" 기별 하나만 넣고 문을 열던 관웅은 당황. 그래의 여리한 뒷태가 고스란히 들어옴.


옆에서 여종의 도움을 받으며 막 옷을 입으려던 참, 그러니까 속곳부터 입고 있던 참이라 그래의 뽀얀 엉덩이가 정면으로 확 들어와버린 것. 관웅은 문이 부서질 정도로 다시 끌어 닫고 "미,미안하오" 하며 어쩔 줄을 모르고.


안에 있던 그래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 지금까지 관웅이 퇴궐하여 집에 오더라도 이렇게 자신의 방에 일찍 들렀던 적은 없었기 때문. 오늘은 목욕을 하느라 돌아오는 관웅과 타이밍이 엇갈렸다지만 정말 뜻밖의 이벤트였음. 온 몸이 새빨개지는 그래.


부끄러워 어쩔줄 모르는 그래와는 달리 옆에서 음흉한(?) 웃음을 지으며 좋아하는 영이. 그래의 누나뻘인 영이는 그래만큼이나 영민한 아이였고, 작은마님이 그래를 구박하는 것도 왕따시키는 것도 다 알고 있었음. 그러나 이제 물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런 쪽(?)으로는 빠삭한 지식을 갖고 있었던 영이는 부끄러워서 치마를 뒤집어쓰고 이불에서 데굴데굴 구르는 그래를 진정시키고 코치를 하기 시작함. 잘 들어요, 애기씨.(둘만 있을 때 호칭) 이건 아주 좋은 기회라구요! 그래는 어리벙벙. 기회...?


그래요! 애기씨 주인나리 좋아하지요? 응? 당연히 좋아하지... 그렇게 말하는 그래의 얼굴이 빨개짐. 후훗 하고 웃는 여종. 우리 애기씨가 이제 사랑을 아는 나이가 됐구나! 캬! 영이는 그래를 치마에서 끄집어내 하나씩 옷을 입혀주며 말함.


아까 주인나리께서 이 방에서 식사하신다고 기별이 왔어요. 좀 있으면 저녁상이 들어올 거에요. 당연히 술도 있을 거구요. 술 좋아하시니까. 좀 따라드리면서 애교도 피워보세요. 분명히 좋아하실 거에요! 그, 그럴까... 반신반의하는 그래.


그래는 어제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이 부끄러운 마음을 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난감해하다가 슬쩍 여종에게 어제의 일을 털어놓음. "사실은 어제 나리께서..." 입을 맞춘 것에 이어 딱딱한 물건 얘기까지 나오자 눈이 똥그래지는 영이!


"어머어머어머 웬일웬일웬일! 드디어 우리 아씨 안방 가시려나 보다!!!" 곧 크게 들렸을까 자기 입을 틀어막는 영이. 관웅이 그래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는 확실한 증거를 귀로 들었으니, 이제는 자신이 이런 쪽에 둔한 그래에게 잘 알려주기만 한다면...!


영이는 후닥닥 그래에게 옷을 입히고 그래를 쿡쿡 찔렀음. 그래는 작은 목소리로 "나으리, 들어오시어요." 하는데 얼굴이 여전히 감물이 든듯 붉었음. 험,험 헛기침과 함께 마찬가지로 슬쩍 붉어진 얼굴로 문을 여는 관웅. 그래는 관웅을 쳐다보지도 못하는데.


관웅은 영이에게 부드럽게 "물러가 보아라" 하고 통보하고, 영이는 소매로 실실 웃는 입을 감추며 밖으로 퇴장. 관웅의 눈 앞에는 아까 본 그래의 희고 미끈한 등과 엉덩이가 떠나지 않았음. 등허리에서 그 아랫골로 이어진 유려한 선 하며.


관웅은 두 눈을 꼭 감고 그래의 맨 몸을 머리에서 지우려고 노력함. 그래는 "이,이렇게 일찍 어쩐 일이세요?" 하고 우물거리며 물음. 평소의 관웅 같았으면 그래에게 환히 웃으며 "우리 그래 보고싶어서 왔지" 할텐데 말이 쉽게 안 나오는 관웅.


며칠 전까지만 해도 형제처럼 편히 지내다가 갑자기 두 사람 사이에 핑크빛 기류가 떠돌기 시작한 것. 관웅이 슬쩍 그래의 얼굴을 보니 어제보다, 아니 오늘 아침보다 더 예뻐진 것 같았음. (콩깍지) 그래도 다른때와 달리 관웅 앞에서 가슴이 떨림.


관웅은 멋적게 웃으며 먼저 말을 건넴. "왜 나으리라고 하시오? 서방님이라고 하지 않고.." 그래는 아차! 하고 놀란 표정으로 "아! 그,그게, 너무 놀라서..."라고 대답함. 관웅은 그래의 입에서 서방님이 아닌 다른 호칭이 튀어나오자 서운했던 것.


"좀전엔 미안했소.내가 너무 급박하게..." "아,아니에요 서방님." 우물쭈물거리는 두 사람. 마치 내외하는 것 같음. 관웅은 헛기침을 하며 자리에 앉았음. "앉으시오, 오늘은 그래 뭘 하고 있었소?" 그제서야 그래의 얼굴이 환해지며 자리에 앉음.


"오늘은 서책도 읽고 요 앞산에도 갔어요!" 오물오물 빨간 입술을 움직이며 자신이 본 책 내용이며 산에서 본 날짐승들에 대해 설명하는 그래. 이럴 때는 영락없이 어린애 같은데. 흐뭇하게 그래를 보는 관웅의 입이 귀에 가 걸림.


"설마 혼자 갔었소?" "아뇨, 영이랑 같이 갔어요. 영이는 글도 읽을줄 알아요, 서방님!" 갑자기 여종 자랑으로 넘어가는 그래. 유일한 친구이자 벗이었으니까. 관웅은 글도 읽을 줄 안다는 말에 솔깃함. 그래가 영특하니 종도 영특하구나.


그렇게 담소를 나누고 있자 상이 들어옴. 사실 이 집의 안주인인데도 불구하고 그래는 매일 자신의 뒷방에서 쓸쓸하게 밥을 먹었음. 그런데 관웅과 함께 저녁을 먹는 날이 올 줄이야! 온갖 맛있는 음식이며 술까지 곁들여져 있었음.


"드시오, 부인." 관웅도 부인이라 해놓고 낯이 간질거렸는지 잠시 그래를 보지 못함. 그래 또한 부인이라 불리자 가슴쪽이 몽글한 기분. 그러나 지금 한창 자랄 나이인 그래의 식욕은 모든 것에 앞섰으니. 서방님이고 뭐고 한번 수저 뜨니까 멈추지 아나..


잘 먹는 그래를 보니까 기분이 좋은 관웅. 마치 제 새끼 배로 밥 들어가는 기분? 그래의 어린 얼굴을 보고 있으면 아무래도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음. '많이 먹고 빨리 자라시오, 부인.' 이것이 관웅의 솔직한 마음이었음.


그래는 관웅이 술을 좋아한다던 영이의 말을 생각해내고, 밥을 볼 가득 담고 먹던 도중 꿀꺽 삼키고 관웅쪽을 향해 다가감. "서방님, 술 받으세요." 밑도끝도 없이 주전자를 들고 방실방실 웃으며 말하는 그래. 관웅은 제법 기특해 웃으며 술잔을 내밈.


관웅은 기분좋게 그래의 술을 받았음. 그리고 자기도 젓가락으로 산적을 하나 집어 "부인, 아 하시오." 하고 씨익 웃었음. 애니까 애답게 해맑은 모습으로 아~하는 그래.


어쩐지 일찍 본 아들네미한테 밥 먹여주는 느낌이 들었지만(... 그냥 애써 그런 기분 무시하는 관웅. 그래는 아직도 몸이 콩알만했지만 이제 막 크려고 그려는지 고기를 되게 좋아했음. 그 모습을 가만히 보다가 "부인, 한번 술도 마셔보겠소?"하는 관웅.


그래 생각에 서방님은 이미 어른이라 안주를 술도 없이 먹는구나, 이랬지만 그래는 술의 ㅅ자도 모르는 몸. 아예 주량을 측정해본 적도 없고. 그래서 겁도 없이 "네!" 하고 방긋방긋 웃는 그래. 그 모습에 관웅의 가슴이 어쩐지 두근거리고...


"자,그럼 아주 조금만 맛보시오." 하고는 자기 술잔을 그래에게 쥐어주는 관웅. 아직 애기라서 손가락도 긴 관웅에 비하면 그래 손은 고사리같고 막...부농부농...ㅠㅠ 암튼 그래가 술잔을 들고 조금 망설이는데 관웅이 입술만 적시라고 잘 말해줌.


그말 듣고 옷소매가 막 손등까지 오는 작은 그래는 눈알만 때록때록 굴리다가 조심스레 입술을 술에 담그고는 잔을 떼고, 혀를 낼름 내밀어 묻은걸 핥아봄. (태생 요망..) 그러더니 "달아요!" 하고 눈을 똥그랗게 뜨는 그래. 헛쭈 이거봐라? 싶은 관웅.


"서방님도 드세요!" 하고는 다시 잔을 관웅에게 넘기는 그래. 관웅은 잔에 남은 술을 한방에 끝내는데. 그 새 고사리손으로 꼬물꼬물 젓가락질을 하여 동그란 전을 집고 대기중인 그래. "서,서방님 이거..." 그래는 그저 관웅이 해준대로 하는거였음. ㅋ


그래도 이제 막 콩깍지가 씌워가는 관웅 눈에는 그래 행동 하나 하나가 막 귀여워 죽을 것 같았음. 얼굴도 소녀와 소년의 중간 그 어디쯤인 뽀얀 얼굴에 뺨은 애기 젖살로 동그랗고, 발갛게 혈색 좋고, 눈썹은 옅은데 입술은 통통하고 빻갛고...


아~ 하고 입벌려 그래가 주는 전을 받아먹는 관웅. 눈은 계속 그래를 보고 있고. 그래도 좋아해 마지 않는 서방님이 계속 자길 봐주니까 자꾸만 아까부터 가슴이 간질거리고 두근거리고 막 이상함. 거기에 한방울 마신 알콜까지 몸 속에 쫙 퍼졌음.


관웅이 계속 자길보니 뺨에 열이 오르는 그래. "서방님, 저 얼굴이 뜨거워요." 관웅에게 솔직하게 얘기하는데. 관웅이 피식 웃더니 큰 손으로 그래의 얼굴을 감싸봄. "정말이구료, 뺨이 따스한게..." 근데 관웅이 만져주니 확 하고 열이 더 오름.


그래는 저도 모르게 제 손을 자기 뺨을 감싸고 있는 관웅의 큰 손 위에 얹음. 가까운 거리에서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묘한 분위기가 형성되는 두 사람. 이건 분명히, 분명히 사랑의 신호탄이었음. 물론 그래는 사랑이 뭔지도 모르지만.


관웅은 마냥 어린 색시의 장미처럼 붉은 뺨이 너무 사랑스러웠음. 왜 이렇게 귀엽고 사랑스런 아이를 다른 이의 말만 듣고 뒷방에 앉혀놓았을까? 그 긴 세월을? 왜 갑자기 이렇게 아름답게 피려고 하는 걸까? 아이들이란 정말 신기하구나. 관웅은 생각했음.


"서방님, 손이 뜨거워ㅇ..."하고 그래가 말하려는 찰나, 관웅이 충동을 참지 못하고 매끈한 턱을 기울으며 그대로 그래의 오물거리는 새빨간 입술을 삼켜버렸음. 눈을 질끈 감아버리는 그래. 관웅의 입술은 뜨거웠음. 아직은 입술만 맞댄 두 사람.


그래의 입술에서는 아까 적셔놓은 달콤한 술맛이 났음. 관웅은 그래의 입술에 취하는 것 같았음. 그래가 손가락을 조금 꼬물거리자 관웅의 손등이 간질거렸음. 둘의 덩치차이는 한참 났음. 관웅이 슬쩍 입술만 떼자 그래의 색색거리는 숨소리가 들렸음.


관웅은 슬며시 혀를 내어 그래의 도톰하고 새빨간 아랫입술을 핥았음. 그래가 저도 모르게 "흐읍..."하고 신음소리를 냈음. 관웅은 고개를 반대쪽으로 기울이며 한번 더 입술을 찍어누른 뒤, 이번에는 윗 입술을 핥았음. 바들바들 떠는 그래.


그 모습을 본 관웅은 욕정을 참지 못하고 그대로 그래를 뒤로 쓰러트렸음. 맨 바닥에 그래가 머리를 콩 찧고 아야..하는 신음을 흘렸음. 그래의 넓은 치마자락이 그대로 방바닥에 퍼지고, 그 아래로 희고 풍성한 속치마와 버선발이 드러났음.


그래의 발 또한 아직 조그맣기 그지 없었음. 그래는 속치마가 환히 드러나자 당황했지만, 두 손을 바닥에 누른 관웅의 큰 손 덕분에 어떻게 움직일 수도 없었음. 그저 무릎을 세운 채 바짝 맞대 감추는 수밖에. 한편 관웅은 잠시 갈등하고 있었음.


술 좋아하는 관웅이 주안상도 내팽개치고 덮칠 만큼 그래는 분명히 예쁜데, 예뻐 죽겠는데, 가슴도 설레는데, 애가 아직 정말 어린 것임. 조그만 버선발을 보니 현타가 올 만큼. 그래의 여종인 영이한테 물었던 바에 의하면 아직 초경도 하지 않은.


이런 애기를 덮쳐도 되나? 정말 그래도 되나? 안그래도 또래에 비해 성장도 느리고 키고 체구도 작은 오메가라서 가뜩이나 나이보다 어려보이는데, 자신과 나이가 비슷한 후처를 생각하니 진짜 그래는.....관웅이 현자타임을 맞으려는 그 순간.


"서,서방님...무서워요...." 조그만 목소리로 울먹이듯 속삭인 그래의 그 한마디 때문에 이성이고 나발이고 관웅의 머릿속에서 뭐가 툭!! 하고 끊어져버렸음. 그대로 그래의 입술에 다시 돌진한 관웅. 그래의 입에서 헙 하고 숨막히는 소리가 났음.


조그만 입술을 가르고 관웅의 뜨거운 혀가 들어왔음. 그래는 당황해서 입을 벌리고 가만히 있었음. 관웅의 젖은 혀가 그래의 입 안에서 작은 혀를 찾아내 얽어들어왔음. 그래는 호흡을 컨트롤하지 못하고 입가로 침을 흘렸음. 세운 무릎은 바르르 떨렸음.


관웅이 슬슬 몸으로 그래를 덮으며 손으로 그래의 다물린 무릎 사이를 벌리기 시작했음. 그래는 힘을 주어 벌리지 않으려 했지만 덩치가 한참 큰 어른 관웅에게 당할 재간이 없었음. 그래의 한 다리와 관웅의 한 다리가 엉키고 속치마가 더욱 드러났음.


그래는 몸이 점점 뜨거워지는 걸 느꼈음. 관웅에게서 어른 남자의, 알파의 체취가 물씬 풍겼음. 그래는 그 향기에 자꾸 정신이 몽롱해 졌음. 숨이 막혀 관웅의 넓은 가슴을 콩콩 쳐봤지만 꼼짝도 하지 않았음. 관웅의 오른손이 그래의 옷고름을 풀었음.


그래가 본능적인 두려움에 몸을 뒤틀었음. 관웅은 아랑곳 않고 그래의 저고리를 손쉽게 벗겨버린 뒤, 손을 그래의 등 뒤로 가져가 노랑 치마저고리의 매듭까지 풀어버렸음. 마침내 그래의 마른 몸을 가리고 있던 다홍색의 비단 치마가 벗겨지기 시작했음.


관웅은 그래의 목덜미며 마른 어깨, 쇄골에 입을 맞췄음. 그래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흐앙,흑 하는 신음을 흘렸음. 관웅이 조심스럽게 가슴께를 가린 치마 윗단에 손을 넣어보자 뜻밖에도 따듯하고 미약하게 보푼듯한 부드러운 가슴이 손에 닿았음.


그렇다 해도 결국 몽우리 지기 시작하는 어린 소녀의 그것과 큰 차이가 없는 정도였으나 관웅은 더욱 흥분해 치마를 완전히 내려버렸음. 속치마까지 함께 내려가자 뽀얀 그래의 젖무덤이 드러났음. 사내도 아니요, 계집도 아닌 오메가의 것이었음.


관웅은 감탄의 눈길로 그래의 몸을 바라보았으나 정작 그래는 수줍음에 온 몸을 분홍빛으로 물들이고 아동바동 몸을 가리려 하였음. "보,보지 마세요!" "서방님이라고 해야지." 관웅이 낮은 목소리로 속삭여주자 그래의 얼굴이 확 달아올랐음.


"보지 마세요,서...방님!" 그래도 끝까지 고집을 부리면서 몸을 가리려 하는 그래. 뽀얀 살결이 반은 밖으로 노출되고 반은 풍성한 옷에 가려지고, 관웅은 마음껏 그래를 감상하며 드러난 피부에 뽀뽀를 하였음.


그래가 관웅의 입술을 손으로 막자, 이번에는 그 작은 손목을 잡아쥐고 손바닥에 키스하는 관웅이었음. 그래는 귀가 확 달아오르는 기분에 눈물이 날 것 같았음. 아무리 버둥거려도 관웅의 품 안이었음. 관웅의 입술이 슬슬 그래의 가슴쪽으로 내려갔음.


관웅은 잠시 그래의 미약한 젖무덤을 바라보다 분홍빛 끄트머리에 입술을 가져다 댔음. 가벼운 키스임에도 그래의 몸이 확 움츠러들었음. "아응..!" 관웅이 소리에 자극받아 그래의 작게 보푼 젖꼭지를 빨아들였음.


그래가 신음을 계속 내며 몸을 비틀고 관웅을 밀어냈음. 그러나 관웅이 꿈쩍할 리 있나. 관웅은 이곳 저곳에 계속 자국을 남기며 그래에게 입을 맞추었음. 그래는 살을 빨리는 기분이 이상해서 계속 응,아응,하고 울 것 같은 목소리로 신음만 흘렸음.


관웅은 그런 그래가 너무 귀여워서 발갛게 물든 뺨에 쪽 하고 입을 맞춰주었음. 그래가 눈물을 글썽거리면서 "하지 마세요 서방님..!"하고 항의했음. 관웅이 웃으면서 "왜 그러오?"하니 그래는 "기,기분이 이상해요 8ㅁ8" 하면서 울먹거렸음.


아무것도 모르는 꼬마 색시가 예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했지만 관웅은 이미 몸이 확 달아오른 상태였음. 관웅은 부드럽게 웃으면서 그래의 입술을 따라 손가락으로 만져준 뒤 다시 한 번 키스를 했음. 그래는 관웅의 밑에 깔려 헉헉대며 키스를 받았음.


마침내 관웅의 손이 그래의 치마와 속치마를 헤치고, 속곳 밑의 하얀 다리를 더듬자 그래는 몇 번이나 바동거리며 관웅의 손을 막아내려 했음. 하지만 방법이 있을까? 관웅은 천천히 그래의 가늘고도 애답게 포동한 다리를 쓰다듬었음.


"으응, 싫어,싫어요오," 그래가 눈꼬리에서 눈물을 찔끔 흘리면서 관웅에게 애원했음. 속눈썹을 촉촉하게 적신 그 눈물이 너무 예뻐서 관웅은 그래의 눈을 살짝 핥아올렸음. 부드럽게 허벅지를 만지던 손이 가랑이 사이로 손을 넣자 그래가 파드득 하고 놀람.


관웅은 천천히 쓸어올리듯 그래의 다리 사이를 만져주었음. 그래가 아..으...하고 불분명한 신음을 흘리면서 몸을 파르르 떨었음. 치마폭 사이로 드러난 그래의 발 끝에 신긴 흰 버선이 애처로워 보였음. 그래는 다리를 자꾸 움직였음.


관웅은 그래의 다리 사이가 천천히 젖어드는 걸 손가락 위로 느낄 수 있었음. 이 조그맣고 어린 아이를 자신이 흥분시켰다는 생각이 드니 관웅은 순간 제가 몹쓸놈이 된 것 같았음. 그러나 어느새 그래의 작은 손은 관웅의 옷을 꽉 움켜쥐고 있었음.


"아..응..서방님,이상해요..흐앙..." 관웅의 손길에 울먹이던 그래가 드디어 울음을 터트렸음. 그러면서도 간헐적으로 몸을 움찔거리는 것이 분명 쾌감을 느끼는 것이 분명했음. 관웅은 그래의 목덜미를 지긋하게 빨아들였음. 붉은 울혈이 분명하게 남았음.


관웅은 점점 조급해졌음. 슬슬 못 참을 것 같았음. 그래의 허벅지 안쪽에 비벼대던 자신의 잔뜩 발기한 물건을 바지 저고리 위로 꺼내들고, 한 장만 남은 그래의 얇은 속곳 위로 부드럽게 문질렀음. 그래는 관웅의 벌어진 저고리 앞섶을 꽉 붙들었음.


"서방님,서방니임..." 어쩐지 조르는 듯한 그 물기 가득한 말투에 관웅은 충동적으로 그래의 입술을 덮쳐버렸음. 그래가 눈물을 퐁퐁 흘리며 그렇게 애타게 찾는 제 서방님의 목을 끌어안았음. 그러나, 그 순간, 갑자기 밖에서 실랑이 소리가 들려왔음.


"내가 열라 하지 않았느냐??" "하지만 작은마님, 주인 나으리께서 아무도 들이지 말라 하셨습니다." "너 내 말 끝까지 안 듣겠다는 게야? 어?" 굉장히 화가난듯한 소실의 목소리였음. 관웅은 순간 머리가 확 하고 식고 정신이 번쩍 들었음.


그래는 아직 정신을 못 차리고 관웅의 목에 꼭 매달려 바들바들 떨고 있었음. 관웅은 아기를 달래듯 쉬이-하고 그래의 양 뺨에 번갈아 입맞추고는 이불 위로 곱게 그래를 떨어트려 눕혔음. 그래와 자신의 옷 매무새를 다듬는 관웅. 밖에선 영이가 선방중.


소실의 성격으로 보아 나으리고 뭐고 빡치면 진짜로 문 열어버릴 것이 뻔했음. 관웅에게 차마 뭐라할 수 없겠지만, 그래에게 화살이 돌아갈게 뻔해 관웅은 그래의 옷을 잘 여며준 뒤 "잠시만 기다리시오, 부인" 하고 이마에 뽀뽀 후 밖으로 나왔음.


미닫이 문이 드르륵! 열리자 놀란 건 소실과 영이 두 사람이었음. "대체 이게 무슨 소란이오??" 관웅의 화난 목소리에 소실이 약간 움츠러들었음. "아..저..." "주인 어르신, 제가 말씀드렸사온데..." 영이가 잽싸게 치고 나섰음.


"두 분께서 긴히 말씀 나누고 계셨다고 말씀드렸건만.." 그러자 영이를 아주 뾰족눈이 되어 째려보는 소실. 하지만 곧 관웅 앞임을 깨닫고 흠,흠 하며 얼굴을 누그러트리고 "서방님, 들어오시는 것만 기다렸는데 어찌 그쪽으로 먼저 걸음하십니까?"라고 함.


그러면서 매의 눈이 되어 관웅의 매무새와 안색을 훑는 소실. 뭔가 얼굴이 좀 상기된 것도 같고. 의복도 좀 흐트러진 것 같고. 역시 장그래 그 어린 년과 붙어먹으려 하고 있었던 거야...?<<라고 생각하는 소실. 저도 모르게 손을 꼭 쥐고.


얼굴만 예쁘지 안그래도 질투와 욕심 많고 심술맞은 성정이었는데, 관웅 앞에서 애써 감춘다지만 그래가 커갈수록 소실 맘 속의 어두운 면도 커지고 있었음. 이제 관웅을 사랑한다기보다 거의 집착하는 소실. 그녀가 사랑하는건 정확히는 관웅 집안의 세력과 돈.


아무튼 관웅은 "내가 오늘 여기서 저녁 하겠다 전하지 않았소. 식사하던 중이었으니 돌아가시구료." 하고는 소실을 빤히 쳐다봄. 소실은 지금 나보고 꺼지라는거? 하는 눈빛으로 당황해하다가 분한지 입술을 깨물고는 기어이 흥!! 소리를 내며 뒤돌아 가버림.


그리고 소실이 모습을 감추자, 그제서야 빠꼼히 미닫이문을 열고 얼굴을 내미는 그래. 얼굴은 여전히 새빨갛게 상기되어 있고, 옷은 혼자 제대로 입지도 못해서 엉망 진창이고... 영이가 그 모습을 보자마자 "어머머 아씨!"하고는 제가 가려줌.


작은 그래는 영이 어깨 뒤에서 빠끔히 두 눈을 내밀고, "저...서방님...가실 거에요...?"하고 작은 목소리로 물음. 관웅은 피식 웃으며 "오늘 여기서 잘건데 무슨 소리요? 들어갑시다, 부인." 하고는 그래의 이마에 뽀쪽! 해줌.


속으로 '어머 어머 대박! 아씨 ㅠㅠㅠㅠ'하면서 감동하는 영이. 그래는 빨간 얼굴이 더 빨갛게 돼서 관웅의 입술이 닿았던 이마에 두 손을 대고 어쩔줄 몰라하고. 관웅은 조그만 그래를 두 손으로 확 들어올려 방으로 들어가며 영이보고 문을 닫으라 말함.


그래는 당황해서 관웅에게 "내, 내려주세요 서방님,"하고 말했지만 관웅은 소실을 쫓아내서 기분이 좋은지 그래를 안은 채 방 안에서 빙그르르 한바퀴 돎. 어지러워서 저도 모르게 관웅의 목을 끌어안는 그래. 그래의 몸은 따뜻하고, 말랑거리고...


다시 천천히 그래의 버선발부터 바닥에 내려놓는 관웅. 그래는 혼자서 옷 입는다고 치마도 막 앞뒤 뒤집어 입고, 저고리 고름도 엉망으로 맨 상태였음. 관웅은 요 귀여운 걸 어떡하지? 오늘 잡아먹을까 말까, 막 고민하고 있었음.


소실만 아니었어도 아까 끝까지 갔을 텐데. 아쉬움에 쩝 하고 입맛을 다시는 관웅. 그래는 방 가운데 서서 고개를 숙인 채 손가락만 조물거리고 있었음. 아까 관웅이 했던 행위들이 뭔가 너무 부끄러운데, 그런데도 좋고, 종잡을 수 없는 어린 그래.


관웅은 죄지은 듯 쩔쩔매는 그래를 보고 웃으며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어 주었음. "부인, 식사 마저 하겠소?" 그러자 그래가 고개를 끄덕 했음. 역시 성장기. 관웅은 웃으면서 다시 상 앞에 앉은 뒤 그래의 손을 끌어당겨 나란히 앉혔음.


그래가 좋아하는 고기전을 젓가락으로 집은 뒤 "아~"하며 그래 입으로 가져가는 관웅. 그래는 천진하게 아~! 하면서 오물오물 관웅이 주는 것들을 받아먹고. 아기새에게 먹이를 주는 기분이 된 관웅. 그래도 재빨리 젓가락을 들어 관웅에게 전을 주고.


그렇게 서로서로 먹여주고, 관웅이 "꼭꼭 씹어먹으시오 부인"하고 아빠처럼 잔소리도 하고, 마지막엔 주는대로 다 잘 받아먹는 그래가 너무 귀여워서 조그만 볼을 양 손으로 꽉 붙들고 도톰한 입술을 자신의 입술로 꽉 눌러버린 관웅. (커퀴들..!!)


관웅은 그대로 그래에게 "부인, 나는 씻고 다시 올 테니 부인도 씻고 계시구려."라고 말함. 아까부터 평소같이 그래야, 그래야 하는게 아니라 꼬박꼬박 존대를 써주는 관웅이 조금은 낯선 그래. 자신을 잡은 관웅의 손에 조막만한 손을 겹치고 고개를 끄덕.


다시 한 번 그래의 이마와 입술, 정수리에 뽀뽀해주고 방을 나가는 관웅. 밖에 있던 영이에게 그래의 목간 시중을 들라는 말을 남기고 퇴장. 영이는 눈이 땡그래져서 방으로 후닥 들어옴. "아씨! 무슨 일이에요? 네?" 하지만 그래는 설명이 불가능;;


아무리 막역하고 자기 애기때부터 같이 있던 영이라지만 관웅이 자기에게 했던 일을 설명하는 건 아닌 것 같았음. 우물쭈물하며 "서방님이 씻고 다시 이리 오신다고...나도 씻으라고..."했더니 주먹을 꾸악 쥐며 씨익 입다물고 웃는 영이.


"아씨,결전의 날입니다. 언젠가 이런 날이 올 줄은 알았지만.." 왠지 전투태세가 된 영이. 일단 그래 목간을 준비하려고 후닥 나가는데. 그래는 관웅이 뽀뽀해주고 간 자리마다 화끈화끈 뜨거워서 제 작은 손으로 막 만져보고. 드디어 씻으러 나가는 그래.


영이는 그래를 홀딱 벗겨 더운물 가득 찬 목욕통에 넣은 뒤 천으로 부드럽게 씻겨주고. "우리 아씨, 참 곱다아. 언제 이렇게 크셨대요." 저도 예쁘면서 감탄하는 영이. 그래는 목욕통 끝을 손가락으로 붙잡고 "영이 너가 더 크잖아!"라고 답하고.


영이는 조심스럽게 그래에게 성교육을 하기로 하고, "아씨...아기가 어떻게 생기는 줄 아세요?"라고 묻는데. 그래는 자랑스럽게 이렇게 대답하고. "나도 알아! 서책에서 읽었지, 삼신할멈이 데려다 준다며?" 순간 머리를 짚고 고뇌하는 영이.


"아씨...나으리 좋아요?" "응! 짱 좋아!" "짱 좋은거 말고...나으리 연모하시죠?" "어...근데...연모가 어떤건지 잘 모르겠어." 감정조차 책으로만 배운 어린 그래 ㅠㅠㅠㅠ 첫사랑도 한 적이 없..아니 지금 서방님이 첫사랑이 되려는 중 ㅠㅠ


영이는 한숨 한 번 크게 쉰 뒤 이렇게 말함. "아씨..잘 들으세요. 남녀가 서로 뜨겁게 연모하면요..예를 들면 아씨랑 나으리처럼요. 그러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시죠?" "혼인?" "혼인한 다음에요." "음..." 그래에겐 난이도가 너무 높았음.


"아씨, 좋아하는 사람끼린 항상 가까이 있고 싶어하는 거에요. 계속 만지고 싶어하고요." 그러자 그래는 관웅의 입맞춤과 애무를 떠올리고 얼굴이 확 붉어짐. 대충 그래의 얼굴을 보고 눈치깐 영이. "그리고 계속 만지다 보면 하나가 될 수도 있어요."


"하나가? 어찌 별개의 두 사람이 하나가 된단 말이냐?" 눈이 동그래지는 그래. 영이는 그래의 어깨에 더운물을 부어주며 씨익 웃음. "하나라기보다 합체라는 말이 더 정확하겠네요." 그리고 속닥속닥 하며 그래의 귓가에 뭔가를 속삭이는 영이.


영이의 말을 들으며 얼굴이 붉으락 푸르락 난리가 나는 그래. 아까 관웅이 자기에게 했던 행동 중 상당히 비슷한 부분이 많은데, 그것보다 더 이상한 것(?)도 있고. 그래는 듣다가 "어,어찌 그런걸 할 수가!!"라며 영이에게 항의하기도 하는데.


"거짓말이지! 아냐! 아냐! 아기는 삼신할멈이 데려다 준댔어!!" 급기야 자신의 귀까지 막으며 고개를 흔드는 그래. 영이는 속으로 이 애새끼가...하며 한숨을 쉬고. "아씨, 그게 다~~ 사랑해서 연모해서 그러는 거에요. 제 말 믿어보세요."


"거짓말! 거짓말! 어떻게 소피 보는 곳에서 아기씨가 나온단 말이냐?!" 얼굴이 빨개진채 빽 하고 소리지르는 그래의 입을 황급히 틀어막는 영이. "아씨 제발 좀!;;;" "우브브 우브." 계속 항의하는 그래. 영이는 간신히 그래를 달래놓는데.


에라 모르겠다, 영민한 분이니까 몸으로 겪으며 알게 되겠지 하고 재빨리 목간을 끝낸 뒤 그래의 몸을 닦아주는 영이. (무대책 성교육...;;) 젖은 머리도 탈탈 털고, 옷도 가장 고운 것으로 입히고. 옷이 답답하다며 찡찡대는 그래.


영이는 무심시크하게 "그럼 나으리한테 벗겨달라고 하세요"라고 대답하고. 통통한 입술만 부루퉁하게 내미는 그래. 입술 내민 김에 입술연지까지 싹싹 발라버리는 영이. 결국 그래는 처음 시집왔던 날처럼 예쁘게 꾸미고 방에 앉아 관웅을 기다리게 되는데.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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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웅그래/천그래] 불륜 임신 막장 썰③ (트위터 백업 8/19)

ㄴ미생 기타 2015. 8. 19. 12:39

그래가 공포에 질려 발버둥을 치며 반항했음. 흰 시트 위로 얼굴에서 흘러내린 피가 뚝뚝 떨어져 붉고 둥근 자국들을 만들어 냈음. 그래의 코피는 사방으로 흘러내려 이까지 붉게 물들이고 있었고, 한 쪽 눈은 터져 흰자에 피가 번진 상태였음.


관웅은 미친 것 같았음. 그는 처참한 그래의 몰골에 개의치 않고 가늘고 흰 두 팔을 잡아 내리눌렀음. 그래의 손바닥에 묻은 피가 관웅의 손에도 옮겨 묻었음. 관웅은 분노에 떨리는 목소리로 그래에게 물었음. "거짓말이라고 해. 당장!"


그래 또한 이 순간만큼은 관웅이 죽을만큼 두려웠음. 여기서 또 한번 끝이라고 했다가는 관웅이 자신을 죽일 것만 같았음. 그래는 벌벌 떨며 관웅이 원하는 대답을 들려주었음. "....죄송해요, 거, 거짓말이에요..." 관웅은 그래도 분노하고 있었음.


"왜 그런 거짓말을 한 거야..?" 관웅이 그래를 추궁했음. "왜? 나랑 헤어지고 싶었어?" 그래는 마침내 왈칵 눈물을 흘렸음. "죄송해요, 죄송해요..." 관웅이 한 손을 풀고 그래의 얼굴에 묻은 피를 훔쳐주었음. "거짓말이지? 그냥 해본 말이지?"


"네,네...맞아요..!" 관웅은 그래의 감정을 못 읽는 것 같았음. 그대로 관웅은 그래의 입술에 급히 입을 맞췄음. 두 입술과 타액이 뒤섞이고, 그래는 입 안에서 피맛을 느꼈음. 지금 이 사람은 절대로 그래가 알던 관웅이 아니었음. 어째서, 어째서.


"넌 절대로 나와 헤어질 수 없어." 관웅은 쥐어짜는 듯한 목소리로 그래에게 말했다. "절대로." 그대로 그래를 침대에 짓누른 관웅은 허겁지겁 지퍼를 내린 뒤 성난 물건을 꺼내 아무런 전희 없이 그래의 몸 속으로 들이밀기 시작했음.


"절대로 내 곁을 떠나지 못하게 할 거니까." "과,과장님 아파...!" 관웅의 아래에서 그래가 새된 신음을 흘렸음. 고통의 신음이었음. 그래의 코피는 어느정도 멎은 것 같았으나 시트는 온통 피로 물들어 있었음. 그래는 관웅 아래서 발버둥을 쳤음.


관웅은 행위를 멈추지 않았음. "절대 못 떠나" 그래에게 하는 말인지, 자신에게 하는 말인지. 관웅은 중얼거리며 허리를 세게 밀어올렸음. 억지로 그래의 몸 안을 헤집고 들어오는 뜨거운 물건에 그래는 기절할 것만 같았음. 평소의 관웅과는 전혀 달랐음.


관웅과의 섹스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항상 부드럽고 달콤한 것이었음. 관웅은 늘 그래를 배려했고 충분히 달아오를 때까지 애무해 주었음. 그러나 지금은 아니었음. 마치 악몽같았음. 그래는 아픔을 견디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음. "아윽! 과,과장님-"


거친 관웅의 움직임에 따라 그래의 몸이 꼭두각시 인형처럼 흔들렸음. 그래는 골이 울리는 것 같은 느낌이었음. 어느새 서러움의 눈물이 그래의 눈꼬리에서 줄줄 흘러내렸음. 이 사람은 누굴까? 내가 아는 과장님이 아냐. 이런건 섹스라고 부를 수 없어.


내가 아는 과장님은 절대 날 때리지 않아. 내가 아는 과장님은 절대 이런식으로 날 안지 않아. 누구세요, 당신은 누구지요? 늘 나에게 다정하게 대해주던 나의 관웅씨는 지금 어디 있나요? 관웅은 그날 밤 수 차례 그래를 안으며 엉망으로 만들었음.


결국, 그래는 새벽 즈음에 까무라치고 말았음. 관웅의 밑에서 아프다고 울고 또 빌어보았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음. 너덜너덜해져 침대에 널부러진 그래의 모습은 처참했음. 관웅은 그제서야 자기가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달았음. 이럴 수가. 그래야, 그래야.


관웅은 침대에 앉아 제 머리를 쥐어뜯으며 괴로워했음.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결심해놓고, 결국 가장 못된 짓을 한 건 나였구나. 관웅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그래의 몸을 밤새 따뜻한 수건을 짜서 닦아줌. 방 안이 전쟁터 같았음.


관웅은 그대로 꼬박 날밤을 샜음. 그래는 해가 뜨고도 한참 후에야 눈을 떴음. 그래의 옆에는 이제서야 간신히 눈을 붙인 관웅이 누워있었음. 관웅의 모습도 엉망이었음. 그래는 자신의 몸을 살폈음. 거울을 보니 양 팔뚝과 눈에 멍이 들어있었음.


몸은 문자 그대로 조각조각 난듯이 아팠음. 특히 억지로 몇 번이나 당한 아랫쪽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었음. 다만 관웅 옆의 젖은 수건을 보아 자신의 몸은 닦아준 것 같았음. 그래는 침대에서 일어서려고 했으나 후들거리는 다리때문에 바닥에 엎어지고 말았음.


그대로 그래의 눈에서 눈물이 후두둑 떨어졌음. 어제 둘이 소리지르던 내용들이 다 생각났음. '이제 끝이에요' '헤어질 수 없어'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알 수가 없었음. 그래는 관웅이 깰까봐 숨죽여가며 한참을 울고는, 옷을 입고 짐을 챙겼음.


호텔 방문을 열고 나가기 전에도 그래는 관웅 쪽을 돌아보며 소리없이 눈물을 흘렸음. 어찌나 눈물이 많이 나오는지 몸 속의 수분이 다 빠져나가는 것만 같았음. 이게 끝이라는게 믿어지지 않았음. 어제만 해도 둘은 함께 식사를 하며 행복해 했음.


'사랑해요' 그래가 입모양만으로 관웅에게 말한 뒤 방문을 닫았음. 관웅이 깨어난 것은 정오가 지난 시간이었음. 침대에 있어야 할 그래가 보이지 않았음. 순간 안좋은 예감이 스쳐갔음. 관웅은 바로 온 방을 뒤지며 그래를 찾았으나 짐조차 보이지 않았음.


설마, 설마. 관웅은 그래의 폰으로 전화를 걸었음. 그러나 어이없게도 방 안에서 벨이 울렸음. 그래는 폰을 아예 호텔방에 두고 나선 것이었음. 일부러. 관웅은 황망한 표정으로 그래를 기다렸음. 잠시 어디 나간 거겠지. 돌아오면 잘못했다고 빌어야지.


내가 잠시 돌았던 거야. 그래의 입에서 헤어지자는 소리가 나올 줄이야. 내가 나빴지, 때릴 데도 없는 그 조그만 아이를. 게다가 억지로 몸을 취했어, 최악이야. 그래야, 미안하다, 정말 미안해. 관웅은 계속 그래를 기다렸으나 그래는 돌아오지 않았음.


떴던 해가 질 때까지, 다음 날이 될 때까지, 다다음 날이 될 때까지. 그래는 돌아오지 않았음. 관웅은 둘이 지내던 집으로 돌아가 그래를 기다렸으나 역시 돌아오지 않았음. 그제서야 관웅은 깨달았음. 그래가 자신을 떠나고 말았다는 것을.


관웅은 그래가 사라진 후 거의 미친 사람이 된 것 같았음. 잠도 제대로 자지 않고, 출근이나 간신히 하는 상태였음. 그나마도 몰골이 엉망진창이라 오차장이 정신 좀 차리라고 호통을 칠 정도였음. 그래는 회사에 병가를 쓴 뒤 휴직계를 낸 것 같았음.


관웅은 퇴근 후에는 항상 그래를 찾아다녔음. 그래의 본가에도 진작 가봤음. 그러나 그래는 본가에도 들어가지 않았음. 완벽하게 잠적한 것이었음. 관웅은 미친 사람처럼 그래를 찾아 헤매고 있었음. 한편 관웅의 부인은 심부름꾼들을 통해 그 소식을 들음.


쌤통이라고 생각하는 부인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관웅을 탈탈 털어 이혼할 준비를 하고 있었음. 관웅이 다시 돌아온다고 해도 받아줄 마음이 없었던 것. 둘이 같이 있었을 때는 절대로 이혼해주지 않을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래가 떠났다고 하니 마음이 바뀐 것.


관웅은 여전히 그래와 함께 살던 집에서 잠을 잤음. 혹시라도 그래가 돌아올까봐 그 곳을 떠날 수가 없었음. 그러던 어느 날, 우편함에서 편지를 발견하고 혹시 그래일까 싶던 관웅은 재빨리 봉투를 찢어봄. 하지만 봉투 속 내용은 이혼소송에 대한 것이었음.


관웅은 이혼소송에 더이상 관심이 없었음. 그래를 찾는 것이 가장 중요했기 때문임. 관웅은 무표정으로 현관에 우편물을 떨구고 집으로 들어감. 그러나 그래는 없었음. 다른 날들과 마찬가지로. 술을 잔뜩 마시고 엉망진창 취한 채로 잠이 드는 관웅.


이 즈음의 관웅은 술 없이는 잠들 수 없는 상태가 되어 있었음. 한마디로 폐인이 된 것임. "그래야, 그래야..." 홀로 잠든 관웅의 입에서 간절한 목소리가 흘러나왔음. 그리고 바로 그 때, 어두운 현관에 떨어진 우편물을 주워드는 사람이 있었음.


바로 장그래였음. 그래 또한 아직 관웅을 사랑하고 있었기에 관웅을 완벽히 떠날 수는 없었음. 그래에게 관웅 없는 삶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음. 때문에 가끔 관웅의 집 근처에 와서 불 켜진 관웅의 집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불이 꺼진 후 돌아가곤 했음.


우편물을 집어든 그래는 관웅의 이혼 소송에 대한 내용을 확인하고 놀람. 이때가 그래가 잠적한지 한달 쯤 지난 시점이었음. 그래는 자신이 사라지면 관웅이 다시 부인에게 돌아갈 것이라 생각했음. 물론 그러면서도 돌아가질 않길 바라는 이중적 마음이 있었음.


그래는 우편물을 다시 있던 자리에 떨구고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탄 뒤 자신이 사는 고시원으로 돌아갔음. 좁고 불편한 곳이었음. 먹는 것은 인스턴트 라면이나 편의점 도시락이었음. 비상금도 다 떨어져 이제는 알바를 시작해야 하던 참이었음.


그러나, 서서히 그래의 배가 불러오고 있었음. 이제 임신 3개월이 넘고 있었음. 원래부터 말랐던 그래의 몸은 관웅과의 헤어짐으로 인한 충격에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한 것까지 더해 급속도로 약해져가고 있었음. 게다가 오늘 본 관웅의 모습은 충격이었음.


관웅을 보러 갈 때마다 점점 안 좋아진다고는 느꼈지만 오늘의 모습은 정말 충격적이었음. 관웅은 집에 들어갈 때부터 이미 취해 있었음. 버썩 말라버린 잘생긴 얼굴. 몇 번이나 중얼거리던 자신의 이름. 그래는 고시원까지 돌아오는 동안 계속 울었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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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웅그래/그래른] 기생집 썅년 준식 & 애기 기생 장그래 썰 ② (8/5)

ㄴ미생 기타 2015. 8. 4. 16:58

 

준식은 눈알을 데구르르 굴리는 석율을 보고 금세 이놈이 그래 생각을 하는구나 하고 알아챔. 화가난 준식은 남자 기생 전용의 화려한 치마를 걷어올려 석율의 머리에 팍 뒤집어 씌워버렸음. 술잔을 입에 대고 있던 석율은 놀라 술을 엎어버림.

 

"우리 심심한데 나으리가 좋아하는 숨바꼭질이나 할까요?" 준식이 간드러진 목소리로 석율을 꼬드겼음. 석율은 앙칼지고 짜증만 부리는 준식의 어디에 이런 애교가 숨어있었나 하고 피식 웃고는 그대로 준식을 쓰러트려 눕혀버렸음.

 

준식은 석율보다 꽤나 연상이었으나, 석율은 자신을 막 대하는 준식에게 매력을 느끼는 듯 했음. 지금까지 한번에 과거 패스, 도사까지 쭉쭉 영전한 자신에게 그렇게 대했던 한양 내 기생은 없었음. 준식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도도하기 그지 없었음.

 

언제 이 요망하고 얄미운 것을 함락시키나 했는데, 이제는 장그래라는 꼬마 덕분에 알아서 자신의 품에 팍팍 안겨들고 있으니. 준식아, 너도 결국 사람이고 기생이었던 것이구나. 석율은 낄낄 웃고 방 안에서 준식과 뒹굴며 수작을 부렸음.

 

한편 그래는 날이 갈수록 병든 닭마냥 시들시들해지고 있었음. 아마 석율이 보았다면 애기야 얼굴이 왜 이렇게 상했느냐? 하면서 맛난 것이라도 사다 먹였을 그런 수준이었음. 준식의 구박에 밥도 제대로 못 먹고, 험한 일을 하느라 온 몸이 상처 투성이였음.

 

그래의 낙은 오로지 높으신 나으리가 주고 갔던 예쁜 문양의 은색 약통을 바라보는 것 뿐이었음. 바로 천관웅 대사헌이 주고 갔던 그 약통이었음. 낯선 이의 사소한 친절이 너무나 크게 느껴졌던 그 날. 그래는 오로지 그 친절 하나를 보며 살고 있었음.

 

그 날, 그러니까 석율이 오랜만에 와서 그래는 찾지도 않고(준식 때문에 찾고 싶어도 못 찾는 것이지만) 준식의 기방에 틀어박혀 있던 그 날도 그래는 온갖 고된 노동을 한 뒤 뒷쪽 툇마루 구석에 오도카니 앉아 약통을 바라보고 있었음.

 

16살 꽃다운 나이에 기방으로 팔려와 노비만도 못한 취급을 받는 나날. 자신에게 친절을 보여준 유일한 사람이 남겨준 물건. 한 손바닥 안에서도 남아도는 그 작은 약통을 그래는 두 손으로 꼭 잡고 아롱아롱 눈물맺힌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음.

 

'높으신 나으리는 이제 다시 오지 않겠지. 그래도 난 이 분이 보여줬던 친절을 잊지 않을거야. 두들겨 맞았던 나에게 약도 발라주시고 누워서 쉴 수 있게도 해주셨어. 지금까지 아무도 내게 그리 해준 사람은 없었어. 정말 감사한 분이셔.'

 

그래가 눈물을 짓는 것은 외로움과 그리움 때문이었음. 그래는 기방 내에서 왕따나 다름 없었음. 그걸 주도하는 사람은 당연히 준식이었고. 동식만이 가끔 눈치를 보며 그래에게 군것질거리 정도를 챙겨주었음. 그래는 외로워서 죽어가는 작은 동물 같았음.

 

그래는 딱 한번이라도 좋으니 다시 한 번 대사헌 나으리를 뵙고 싶었음. 그 때처럼 나으리의 품에서 모든걸 잊고 편히 잠자고 싶었음. 하지만 벌써 한 달이 지났고, 높으신 분들은 기별도 없었음. 그래는 자포자기 단계에 접어들었음.

 

한편 관웅은 조정 업무와 집안 일로 정신이 없었음. 관웅의 부인은 말했다시피 세도가의 여식이었음. 아버지는 좌의정으로 왕비의 외척이었으며 기세가 등등했음. 말하자면 관웅은 권력을 위해 자기 스스로를 판 것이었음.

 

그런 관웅이 어떻게 부인을 무시할 수 있겠음? 사랑으로 한 결혼이 아니었길래 부인 또한 아버지를 등에 업고 기세등등 하였음. 때론 관웅을 무시하는 태도도 보였음. 둘 사이엔 자식이 두 명 있었는데, 딸 하나 아들 하나였음. 딸은 이제 3세,

 

그리고 아들이 바로 얼마 전 태어났음. 딸을 낳아 조금 의기소침하다 싶더니 아들을 생산하자 부인의 기세가 하늘을 찔렀음. 하지만 부인은 자기 자식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었음. 심지어 딸은 돌보지도 않았음. 관웅은 그런 부인에게 정이 없었음.

 

아들도 그나마 자신이 대를 이을 장자를 생산했다는 부심때문에 지금 잠시 끼고 도는 것이지, 부인 성정으로 미루어 보아 조금 크면 또 모르는 척 할 것이 뻔했음. 좌의정이 여식을 너무 오냐오냐하며 키운 결과였음. 자기 자신만 사랑하는 여자.

 

어쨌든 나랏일이 바쁘고 부인이 아들을 낳았는데 기방에 드나들 여유따위 관웅에겐 없었음. 그러나 관웅은 그래를 처음 보고 왔던 날 이후, 계속 계속 떠올랐음. 굳이 둘째 날 그래에게 다시 돌아가 약을 쥐어주었던 것도 그런 이유였음.

 

그래가 너무 보고싶던 관웅은 종자를 기방으로 보내 안부를 물은 적도 있었음. 그러나 그 때마다 준식의 눈에 걸려 안부는 커녕 그래에 대한 험담만 듣고 돌아갔음. 다행히 눈치빠른 종이 나쁜 소리는 전하지 않았지만.

 

그리고, 그렇게 둘이 보지 못한 지 거의 한 달 반이 되어갈 때, 아주 우연하게 거리에서 마주치는 일이 생김. 그래는 기방 사람들이 심부름을 시켜 장터로 외출했음. 그 때쯤 그래는 기생이라기 보단 완전 머슴이었음.

 

온갖 자질구레한 것까지 다 심부름 시키는 바람에 그래의 양 팔은 빠질 지경이었음. 그래도 아직 남은 물건이 있어 낑낑거리며 장을 보는 도중, 저잣거리 한가운데로 대사헌 나으리의 행차가 있다며 앞길을 여는 사람들이 튀어나옴.

 

그래는 길가로 밀려나는 그 와중에도, 대사헌이라는 명칭에 혹시나 하며 기대를 갖게 됨. 높으신 나으리가 지나갈 땐 머리를 바짝 숙여야 함에도 그래는 흘끗흘끗 올려다 봄. 대사헌은 공중에 들린 의자에 앉은 채 앞을 보고 있었음. 천관웅이 맞았음.

 

그래의 눈이 커졌음. 그렇게나 보고싶던 나으리였음. 아, 아...그래의 입에서 안타까움의 소리가 터져나왔음. "나으리,나으리..." 사람을 헤치며 관웅을 따라가려는 그래를 보고 보좌꾼들이 "이 거지새끼가...너 지금 뭐야?"하고 밀쳐냈음.

 

그래는 그제서야 자신의 모습을 돌아봤음. 어느새 자신은 남들이 거지로 오해할 만큼 볼품없고 초라해져 있었음. 누가 자신을 한양 제일 기방 명월관의 기생이라 믿어줄 것인가. 아니, 이대로라면 내가 그래라는 것을 누가 알아볼 수나 있을까?

 

"얼른 고개나 숙여 이 새끼야!" 보좌꾼들이 그래의 목덜미를 콱 잡아눌렀음. 그래는 아아,하고 아픔에 신음을 내며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음. 주변 사람들이 어어 하며 소란의 중심에서 한발짝 물러나고, 작은 소동이 생긴 것을 깨달은 관웅이 뒤를 돌아봤음.

 

"아, 죄송합니다 대사헌 나으리."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 보좌꾼들은 그래를 꾹꾹 바닥으로 짓눌렀음. 그래는 어떻게든 관웅에게 자신의 얼굴을 보여주고 싶었음. 보고 싶었어요, 정말 너무 보고 싶었어요 나으리, 이 한 마디조차 할 수 없으니.

 

관웅은 이 웬 소동인가 하여 돌아보았다가, 두 눈에 흰 얼굴의 소년이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 확 들어왔음. 관웅 또한 이상하게 마음에 남던 아이가 아닌가. 행색은 초라하기 그지 없었지만, 저 얼굴은 분명, 명월관의 그 소년.

 

"멈추어라!" 관웅이 크게 호령했음. 보좌꾼들이 모두 얼어붙었음. "내리거라." 관웅은 거열꾼들이 의자를 내리자 좌석에서 일어나 그래 곁으로 다가갔음. 그래는 다가오는 관웅을 보며 이것이 꿈인지 생시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음.

 

관웅은 그래의 바로 앞에 다가가 이렇게 말했음. "아가야. 이 모습이 무엇이냐?" 그래가 입을 한일자로 꾹 다문 채 눈물을 참았음. 나으리가 날 알아보신 거야? 정말? 관웅은 그래를 처음 만났을 때도 그렇게 불렀음. "아가야"

 

"나으리...!" "어디 다치진 않았느냐?" 관웅이 손을 내밀어 그래의 뺨을 매만졌음. 머쓱해하는 보좌꾼들. 그래는 관웅의 친절함에 결국 눈물을 흘리고 말았음. "나으리...나으리...!" 결국 고개를 떨구고 울음을 터트린 그래.

 

주변 사람들이 보기에는 높으신 분이 저잣거리의 거지새끼에게 호의를 베푸는 모습으로밖에 보이지 않았음. "어머...저것좀 봐..." 아녀자들은 젊고 잘생긴 관웅을 보며 쑥덕거리기 시작했음. 그래는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어쩔 줄 모름.

 

나으리에게 내가 지금 폐를 끼치고 있구나,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그래는 바닥에 떨어진 물건들을 주워 자리를 피하려고 함. 그러나 도망치려는 그래의 가는 팔목을 관웅의 큰 손이 잡아버림. "아가야," 그래가 돌아보고 이렇게 말함.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나으리... 그래는 그렇게 말하고 도망치듯 인파 속으로 사라져버림. 관웅은 그래가 사라진 쪽을 향해 계속 손을 뻗고 있었음. 그래는 울면서 기방으로 돌아왔음. 얼마나 울었는지 짐보따리가 떨어진 눈물로 흠뻑 젖을 정도였음.

 

동식이 가장 먼저 그래를 보았음. "어, 야 너 왜 그래? 왜 울어?" 그래도 기방에서 그래를 걱정해주는 척이라도 하는건 동식 뿐이었음. 그래는 말없이 심부름 보따리를 내밀었음. "아무것도 아니에요." "아무것도 아니긴, 어? 아주 애가 얼굴이.."

 

"정말 아무것도 아니에요. 넘어져서 그래요..." 그래는 소매로 눈물을 슥 훔치며 거짓말을 했음. 동식은 그런 그래를 안쓰러운 눈으로 보고 있다가, 주머니를 뒤적거려 약과를 하나 꺼내 그래의 손에 쥐어줌. "너 이거, 저기 가서 몰래 먹어라."

 

그래는 동식에게서 간만에 따뜻함을 느꼈음. 아직 물기가 어린 눈으로 동식을 바라보고는 허리를 숙여 "감사합니다." 인사하고는 뒷마당 쪽으로 물러갔음. 동식은 그런 그래를 보며 혀를 쯧쯧 찼음. "애가 아주...반쪽이 됐네 반쪽이 됐어..."

 

그래는 정신이 없었음. 무엇보다 아까 본 관웅의 생각으로 머리가 꽉 차 있었음. 대사헌 나으리가 나를 보고 행렬을 멈추고, 직접 내려와 얼굴까지 만져주셨다. 꿈만 같았음.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단 하나, 자신의 초라한 모습을 관웅에게 보인 것이 마음에 걸렸음. 얼마나 보기 안좋았을까, 이런 모습. 그래는 그제서야 팔을 들고 자기의 앞뒤를 살폈음. 정말 거지로 본대도 할 말이 없을 모습이었음. 그래의 표정이 의기소침해짐.

 

그래는 자신의 고정석이 되어버린 툇마루 구석에 앉아 그저 이렇게 나으리의 얼굴을 본 것 만으로도 기적같은 일이며, 이제 여한이 없다고 생각했음. 물론 깊은 맘 속에서는 다시 또 나으리를 더 가까이서 더 오래 보고 싶었지만 욕심이란 것을 알고 있었음.

 

"아가야"라고 처음과 다름없이 다정한 목소리로 불러주며 뺨을 어루만지던 대사헌 나으리를 생각하니 그래의 얼굴이 감물이 든 것처럼 붉어졌음. "나으리..." 그래는 조용히 속삭이며 보물같이 여기는 약통을 꺼내어 바라봤음. 그런데 바로 그 순간.

 

"너 그거 뭐냐??" 앙칼진 준식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옴. 그래는 너무 놀라 허파가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음. 그래는 벌떡 일어나 등 뒤로 약통을 감췄음. 그러나 소용 없는 일이었음. 준식은 한걸음씩 그래를 향해 걸어왔음.

 

"그거 뭐냐고 했잖아. 대답 안 해?" 준식이 약통을 본 것이었음. 그래는 순간 물건을 빼앗길까봐 공포에 사로잡힘. "아,이건,저," "꽤 비싸 보이는데. 너한테 그런게 왜 있어?" 준식의 눈매가 뾰족해졌음. "이리 내놔 봐."

 

손을 내밀고 가까이 다가오는 준식을 피해 그래는 슬슬 뒷걸음질쳤음. "제,제 거에요, 훔친 거 아니에요." "어? 누가 훔쳤댔어? 이새끼 봐, 말 하는거 수상하네." 기어이 그래 가까이로 온 준식은 홱 하고 순식간에 그래의 손에서 약통을 낚아챘음.

 

"도,돌려주세요!" 당황한 그래가 손을 뻗었으나 준식은 빙글빙글 돌며 몸을 피했음. "오호~? 이거 꽤 비싼 물건이잖아? 이런게 왜 너한테 있지?" "제 거에요, 받은 거에요!" "받아? 니가 누구한테 이런걸 받아?" 그래는 순간 입을 다물었음.

 

대사헌 나으리에게 받았다고 하면 준식이 성을 낼 게 분명했음. 그렇다고 다른 사람이라봤자 석율밖에 없었음. 이쪽도 성내긴 마찬가지. 결국 그래는 망설이다가 조그맣게 말했음. "...대사헌 나으리께 받았어요." "대사헌? 아, 천관웅 대사헌?"

 

"그...그러니까, 돌려 주세요." "이 속에 뭐 들었냐?" "야,약이요..." 그래는 간절하게 두 손을 내밀어 물건을 돌려주길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준식은 씨익 웃고는 약통을 제 주머니에 쏘옥 넣고 말았다. "그래, 돌려줄게."

 

그래가 말과 상반된 행동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음. "대신 나도 약 좀 쓰고 줄게. 그건 괜찮지? 요즘 자잘한 상처가 많이 나서." 준식이 빙글빙글 웃었음. 이미 돌려줄 생각은 없어 보였음. 하지만 약을 좀 바르겠다는데 뭐라고 할 말도 없었음.

 

"..." "야,왜그래? 내가 돌려준다고 했잖아!" 상심한 그래의 표정을 보고 준식은 소리를 질렀음. "아놔,뭐 이런 새끼가 다 있어. 그것도 싫냐? 어? 쪼잔한 새끼가.." 역반하장으로 그래에게 뒤집어 씌우는 준식이었음. "아,아니에요. 쓰세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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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웅그래/그래른] 기생집 썅년 준식 & 애기 기생 장그래 썰 ① (7/22)

ㄴ미생 기타 2015. 7. 23. 23:31


조선시대 (나름 탑클라스) 기생집 설정으로. 즐겨찾는 나으리들과 기생집 썅년 준식, 이제 갓 들어온 애기 기생 장그래. 장안 최고급 기생집에서 제일 잘나가는 에이스 준식은 어느날 신참을 받게 되는데 이름이 장그래라 하였으니.


몰락한 양반 뭐 이정도는 아니더라도 꽤 잘 살았던 장사꾼의 외아들이었는데, 아버지 돌아가시고 빚쟁이 쳐들어오고 어머니는 몸져눕고 이런 코스로 자연히 기생집에 팔려오게 된 것. 외모가 워낙 탁월해서 깨끗한 몸으로 여기까지 오게 됨.


그런 그래를 보는 준식은 처음부터 단단히 맘에 들지 않음. 자기는 아주 밑바닥부터 구르고 굴러서 여기까지 올라왔는데, 저게 뭐라고 집안 쫄딱 망하고도 여기까지 발에 먼지 하나 안 묻히고 왔담? 성준식 썅년모드 발동. (원래 썅년...


그래는 천성이 순하고 속으로 잘 참는 아이였음. 준식은 젊음도 가지고 얼굴도 예쁜 그래에게 질투를 느끼고 있었음. 자기는 고생하느라 이쁘고 어린 시절 다 지났는데...물론 난 지금도 인기 많지만! 물론 난 지금도 예쁘지만! 이런게 준식의 기본 마인드.


이 기생집은 워낙 클라쓰가 남달라 고관대작들이 오는 곳으로 유명했음. 기생들 얼굴도 좋고 밀담 나누기도 좋고. 자주 오는 무리들은 최영후 영의정과 그의 무리들. 김부련 우찬성, 오상식 판서, 천관웅 대사헌... 아무튼 현 정권 실세들이 들락날락.


하루는 최 영의정 계파이자 한양 기생집은 꽉 잡고있다는 한석율 도사가 찾아옴. 버선발로 뛰어나와 맞는, 요즘으로 치면 새끼마담 역할을 하는 김동식. 원래 한석율은 성준식이 전담하고 있었음. 한석율이 성준식을 찾으면 성준식이 앙칼지게 튕기는 식.


그 날도 동식은 한도사 왔다고 성준식을 호출했는데, 준식은 그 날 따라 달거리땜에 신경이 바짝 곤두서 있었음. 아 한도사 저 귀찮은 새끼. 맨날 싫다는데도 왜 찾아오고 난리야. 무슨 뜻인진 모르지만 소시오패스라는 단어가 생각난다. 뭐 이러는 것임.


그래서 평소에는 일부러 그래한테 자리도 안 내주고 자기가 들어가고 이랬던 것을, 일부러 자기 찾는 한도사를 그래의 방에 들여보냄. 준식의 방에 들어갈줄로만 알고 있던 석율은 동식이 안내하는 방 앞에서 "아니 이보게 여긴 어딘가?" 어리둥절행.


동식은 조금 난처해하지만 말빨 세워가며 오늘 준식이가 몸이 안 좋다, 달손님 오셨으니 앙탈도 더할 것, 준식이 성깔 아시지 않느냐... 얘는 새로 온 푸릇푸릇한 앤데 얼굴이 아주 예쁘니 도사님도 좋아하실거라고 한보따리 푸는 것.


한편 그래와 나름 지내보며 성정을 파악한 준식은 그래가 한도사같은 성격 질색할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음. 이걸로 귀찮은 한도사도 떠넘기고, 그래도 손님한테 밉보이고 일타 이피!!! 하며 기분좋아하는 준식. 역시 ㅆㄴ...


암튼 석율은 애기방이라고 하니 어떤 애긴지 보자 하고 문을 열고 들어감. 들어가는 순간 뭔가 발광체가 있는지 아주 눈이 부셔오는 석율. 그 정체는 혼자 오도카니 청승맞게 앉아있는 장그래의 얼굴이었음. 얼굴이 어찌나 흰지, 입술이 어찌나 빨간지.


"오오! 애기야 네 잃어버린 오라버니가 이제야 왔다." 처음부터 넉살을 피우며 그래 앞에 앉는 한석율. 그래는 점점 심해지는 준식의 구박때문에, 그리고 차도를 알 수 없는 어머니땜에 맘이 속상하던 참이었음. 그래가 침체된걸 단박에 눈치채는 석율.


"우리 이쁜 애기는 뭐 안 좋은 일이 있나?" 그 말에 내리깔았던 눈을 올려 석율의 얼굴을 보는 그래. 호색한으로 소문난 것 만큼이나 잘생긴 얼굴로도 소문난 한도사. 눈썹도 바르고 쌍꺼풀도 짙고 코도 길고 잘 생긴 사내가 그래 앞에 앉아있음.


"아, 아니옵니다. 전 그저..." 저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지는 그래. 태어나서 이렇게 잘 생긴 사람은 처음 봤다고 생각함. 평소 여자같이 예쁘장한 자기 외모가 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그래는 그야말로 '미남'인 석율을 보고 일종의 충격을 받은 것.


아무튼 석율은 특유의 말재간을 발휘하며 손짓까지 거들어 그래를 기쁘게 해줌. 그래도 우울했다가 높으신 나으리가 저렇게까지 자길 위로해주니 나중엔 비실 웃음이 나오고. "웃으니까 예쁘네." 그래가 소매로 입을 가리고 웃는 걸 본 석율이 그렇게 말해줌.


조금 분위기 미묘해지는 두 사람. 석율은 오늘 그저 준식 데리고 수다나 떨어볼까 하고 온건데 뜻밖의 진주를 발견했다고 생각함. 매너도 좋게 그래를 건드리지도 않고 그래의 방을 나오는 석율. 동식이 어떠셨냐고 조르르 좇아와 한도사에게 물음.


석율은 만족스러웠다고 말하고, 동식은 신나서 사실 저 아이가 아직 아무의 손도 타지 않았다고, 어떤 나으리가 머리를 올려주실지 사뭇 궁금하다고 하며 일부러 석율을 자극함. 기방에 '새 애기', 즉 처녀가 들어올 경우 비싼 돈을 주고 사는 것이 관례.


석율은 그래가 처녀라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람. 저렇게 예쁜 애가? 한편으로는 그 말을 듣자 문득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석율. 과거를 좋은 성적으로 붙고 도사까지 올라온 석율은 줄을 대고 더 빨리 출세하고 싶었음. 그러나 아직 영전은 까마득.


자신과 동기인 장백기 도사, 안영이 도사가 있었으나 장원을 차지했던 안 도사가 아무래도 빨리 영전할 것처럼 보였음. 점점 초조해지던 찰나, 기방에서 저런 보물을 발견한 것. 석율은 궁중 최고 실세인 최 영의정의 사람들에게 접대를 하기로 맘 먹음.


최 영의정 직속은 김부련 우찬성이었으나 아직 도사인 석율의 급에 우찬성을 모실 수 있는 것은 아니었고, 그 아래 있는 오상식 판서와 천관웅 대사헌을 모셔보기로 함. 기방에 큰 돈을 주고 그래의 첫날밤을 오 판서에게 올리려는 것.


석율은 내 조만간 높으신 나으리들을 모시고 올테니, 그 때까지 저 아이를 아무에게도 보이지 말라 신신당부하고 큰 돈을 미리 내어놓음. 반색을 하며 알겠습니다 나으리, 하는 동식. 역시 기방 최고 영업왕 동식이었음. 한도사가 가고 준식이 얼굴을 내밈.


"야, 뭐냐?" "어 오늘 한 건 올렸다 야. 조만간 높으신 분들 오신댄다." 묵직한 은화 꾸러미를 짤랑거리는 동식. "장그래 때문에?" 준식이 그래로 인해 심기가 불편한 걸 알고 있던 동식은 잠시 멈칫 함. "어...겸사겸사지 뭐."


준식은 화가나서 그날 저녁 더욱 그래를 구박함. 온 기방 마루 구석구석 물걸레질을 해야 하는 그래. 준식은 그래도 석율이 그래에게 빠지거나 한게 아니라 은근 다행으로 생각함. 평소엔 한도사를 개 닭보듯 하는 준식이었는데 이게 뭔 바람일까나?


암튼 그렇게 한 주, 두 주 하고도 사흘이 더 되어서야 한도사의 종을 통해 연락이 옴. 내일 저녁 나으리들을 뫼시고 올 터이니 준비를 잘 하고 있으라고. 큰 자리이기 때문에 기방의 내로라하는 기녀들 총출동. 당연히 준식도, 그래도 있음.


석율은 특별히 그래를 오 판서 옆에 앉혀놓으라고 당부. 준식은 당연히 가장 높은 분을 자기가 뫼시어야 하는데 장그래가 그 자리에 앉게 되었다고 펄펄 날뜀. 준식을 달래느라 아주 혼이 빠지는 기방 사람들. 어쨌거나 기방 에이스(?)는 준식이었기에.


결국 그래는 준식에게 따귀까지 맞음. 흰 얼굴에 벌겋게 손자국 나서 멍하니 뺨 쥐고 있는 그래. "야 너 진짜 왜그래~!" 동식이 씩씩거리는 준식을 말림. 그래의 입 끝이 조금 찢어졌음. "아 내일 나리들 오시는데 얼굴 망가트려놓으면 어떡해~!"


결국 동식도 짜증을 내고 마는데, "흥!"하고 모르는 척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버리는 준식. "어후 저거저걸 그냥~~" 동식은 한숨을 쉬다 그래를 챙김. "너..얼굴 괜찮아?" "네, 괜찮습니다." 괜찮지 않아보였음. 결국 치료받고 약 바르는데.


다음날, 오 판서와 천 대사헌을 모시고 기방에 온 석율. "나으리 어서오십시오." 복도부터 쫙 서있다 인사를 하는 기생들. 오 판서는 "어 그래 허허허" 하면서 방으로 들어가고 뒤따르는 천 대사헌은 묵묵. 나으리들이 착석하고, 그 곁에 앉는 기생들.


준식은 전에도 한 번 오 판서를 모신 적이 있었음. 요란하게 아는체를 하며 아양을 떠는 준식. 그러다 그래를 끌고 와서 "이 아이는 새로 들어온 아이인데 좀 멍청하긴 하지만 말을 잘 들으니 나으리 맘에 드실 것이옵니다."라고 소개함.


그리고 자신은 천 대사헌 옆에 앉는 준식. 이왕 이렇게 된 거, 늙은(?) 오판서는 장그래한테 맡기고 자기는 잘생긴 새 나으리하고 재미나 봐야겠다! 이러고 있는 거. 석율은 오늘 온 사람들 중 위계로는 젤 쩌리라 그래도 준식도 차지하지 못함.


오 판서가 상석에 앉고, 천 대사헌과 마주앉은 석율. 기생들의 화려한 연회가 펼쳐지고. 석율도 옆에 한 명 끼고 술을 마시긴 하는데 영 눈 앞의 그래와 준식 때문에 집중이 안 되는 것. 마치 구여친과 현여친을 한꺼번에 빼앗긴 듯한 기분.


어쨌든 로비를 해야하긴 하니 열심히 오 판서와 천 대사헌의 비위를 맞춰주는 석율. 그 와중에 준식은 잘생긴 관웅이 마음에 들었는지 아주 찰싹 달라붙어 오호홍 거리면서 난리가 났음. 맞은편에서 눈쌀이 찌푸려지는 석율. 그러나 정작 천관웅은 돌부처상.


오상식 판서는 또 그 나름대로 "이녀석 보게! 글쎄 바둑을 둘 줄 안다지 뭔가!" 하며 그래를 칭찬하기 여념이 없음. 하 하 하 참 영특하네요, 하면서 맞장구를 쳐주지만 오 판서 품에 안긴 그래를 보는 마음 또한 편치 않음. 한 도사 고난의 날...


암튼 진탕 놀고 만족한 나으리들, 드디어 밤이 깊어 오 판서가 그래의 어깨를 안고 방으로 들어가려던 순간...! 궁에서 온 파발마. 최 영의정이 오 판서를 급히 호출하였다 하는 것. 상식은 기생이고 뭐고 당장 입궐해야 한다며 후다닥 나가버리고.


순식간에 남게 된 관웅과 석율. 석율은 당황했음. 바로 장그래가 오늘 접대의 핵심이었는데...!! 그 때 아직 천 대사헌이 남아있다는 생각이 미침. 꿩 대신 닭이라고, 대사헌께 그래를 넣어볼까. 한편 관웅은 준식이 술을 너무 먹여 어지럽던 차였음.


관웅은 잠을 자게 방을 하나 내달라고 청하고, 그 말을 다른 쪽으로 알아들은 석율과 동식은 허겁지겁 그래를 관웅의 방으로 밀어넣음. 이번에도 또 자기 자리를 빼앗기게 돼서 승질이 날대로 난 준식. 동식은 그래를 붙잡고 잘 모셔야 한다 당부 중.


그래는 어차피 이런 날이 오겠다 싶긴 했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얼굴을 한 번이라도 튼 사람-예를 들자면 석율-과 하고 싶었음. 날 구해달라는 눈빛으로 석율을 쳐다보는 그래. 석율도 아련함이 가득한 그래 눈빛을 보니까 뭔가 맘이 흔들림.


그리고 눈치 빠른 준식은 둘의 눈빛이 심상찮음을 알고, 평소에는 튕기기만 하고 제대로 대해주지도 않던 석율에게 팔짱을 딱 낌. "나으리, 오늘은 제가 뫼시겠사옵니다." "어...어? 어??" 엉겹결에 준식에게 질질 끌려가는 석율. 물끄러미 보는 그래.


결국 그래는 관웅이 든 방으로 들어가야 했음. 그러나 불안한 마음으로 들어가 보니, 이미 관웅은 펴놓은 비단 이부자리 위에 대자로 뻗어 자고 있음.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는 그래. 그냥 나오면 동식에게 야단맞을 테고, 그렇다고 깨울 수도 없고.


결국 방 구석탱이에 앉아 관웅을 지켜보던 그래는 어느새 잠이 들고 마는데. 다음 날 아침, 관웅이 일어나 보니 어제의 그 애기 기생이 저쪽 구석에서 쭈그리고 자고 있는 거라. 안 그래도 앳돼보이는 얼굴 안쓰러운 마음이 들어 이불 위로 옮겨주는 관웅.


그렇게 방을 슬쩍 나오는데, 마침 또 복도에서 준식의 방에서 나오던 석율과 마주침. "아, 대사헌 나리, 간밤 잘 보내셨습니까?" 석율은 얼마나 시달렸는지 피곤함이 잔뜩 배인 얼굴로 관웅에게 물음. '밤새 뭘 했길래 저리 쪽 빨린 얼굴이 되었누.'


속으로만 그렇게 생각하고 차마 물어보지는 못하는 관웅. 간밤 석율은 모처럼 질투심이 타오르는 준식의 손에 붙들려 평소라면 감히 해보지도 못했을 온갖 것들을 해버린 것임. 오죽하면 정력가로 소문난 석율이 정기를 빨린 얼굴이 되었겠는가.


아무튼 석율에겐 나름 흡족한 밤이었음. 맨날 틱틱대고 얼굴만 맞대면 으르렁거리던 준식이 예상 외의 화끈한 밤을 선사해 주었으니. 저도 모르게 씨익 웃는 석율. "??" 그 모습을 지켜보는 관웅은 그저 '이 도사 참 모를 사람이로군' 같은 생각만..


석율도 곧 정신차리고, 관웅에게 그 아인 어떠셨냐고 묻기 시작하지만 관웅은 대충 대답하며 질문을 넘겨버림. 표정이 나쁘지는 않았기 때문에 석율은 제멋대로 이 나으리가 수줍어 하시는구나, 넘겨짚고 그래와 밤을 보낸 것으로 생각해버림.


관웅은 뭔가 마지막으로 동식에게 말하려는 것 같다가, 곧 거두고 "나는 이제 돌아가야겠네" 하면서 기방을 나감. 황급히 따라 모시려는 석율. 그러나 등 뒤에서 기척이 나 뒤돌아보니, 어느새 그래가 방에서 나와 있었음. 석율을 바라보는 그래.


석율은 자신의 풀어진 옷가지며 머리 등을 눈치채고 머쓱해져 "하하..우리 애기 깼니?"라고 어색하게 그래에게 말을 건넴. 그래는 그런 석율을 한참 바라보다가 "네. 나으리는 '좋은 향기'가 나시네요."라고 말함. 옆에서 깜짝 놀라는 동식.


그래는 간밤 자길 관웅에게 바치고 준식과 보낸 석율을 질타하고 있었던 것. 아니 얘가 지금 손님께 무슨 말을...등골에 식은땀이 흐르는 동식. 가까이 석율이 묵었던 방이 있었기에, 담배 한 대 피며 이 모든 대화를 들으며 웃고있는 준식.


석율은 그래도 조금 그래에게 미안함이 있었는지, "아...애기야, 오라버니까 또 놀러오마. 오늘은 바빠 이제 가보아야겠다." 하면서 그래의 말랑한 뺨을 살짝 꼬집고, 석율 특유의 눈꼬리가 휘어지고 보조개가 보이는 웃음을 지으며 기방 밖으로 퇴장.


그리고 동식과 고개 숙인 그래 사이에 흐르는 침묵. 동식은 화가난 듯 했음. 그래에게 뭐라고 하려 입을 떼는 순간, 방문이 드르륵 열리면서 긴 담뱃대를 입에 문 준식이 속곳 차림으로 나옴. 순식간에 준식에게 시선이 쏠린 두 사람. 준식은 웃고 있었음.


"아주 놀구 있다, 놀구 있어." 그래의 곁에서 비웃는 표정으로 알짱거리다 그 얼굴에 후우--하고 담배연기를 내뿜는 준식. 고개를 숙이고 있던 그래는 캘룩거림. "대사가 아주 절절해? 지금 뭐 연애 하냐 너네?" 그래를 내려다보며 풉 웃는 준식.


"야 이 멍청아. 쟤는 손님이야. 와서 지 맘에 들면 그냥 골라서 하룻밤 보내는 그런 애라고. 너한테만 특별히 대해줄 줄 알았니? 내가 저 치랑 몇 년을 알고 지냈는줄 알아? 2년이야, 2년." 준식의 말은 사실 구구절절 맞았음. 고개를 떨구는 그래.


"어제 나으리 한 명 잡숫고도 배가 덜 불렀어? 요게 아주 욕심덩어리네, 보니까." 킥킥 웃는 준식. "야, 있는 손님이나 잘 챙겨라. 얼굴 믿고 까불다가 망할 수도 있으니까." 준식은 담배 끝으로 그래 어깨를 꾹꾹 찌르고 하하하! 웃으면서 사라짐.


고개숙인 그래 옆에서 한숨을 쉬는 동식. 준식의 말은 가시돋치긴 해도 다 맞는 말이었음. 어제 천 대사헌을 받은 주제에 아침이 되자마자 다른 기생과 밤을 지샌 한 도사를 힐난하다니. 기생으로서는 상상도 하지 못할 주제넘은 행동이었음.


"장그래, 어린애 아니잖아? 그치?" 동식은 뭐라고 한마디 하려다 한숨 한번 쉬고 이정도로 그쳤음. "그나저나 어제 나으린 잘 모셨어?" 고개를 숙이고만 있던 그래가 다시 한 번 입을 힘들게 열었음. "그게...저...." "뭐야 대답이 이상하다?"


"나으리가..주무시고 계셔서.." "뭐? 그렇다고 너도 그냥 잔 거야?" "그게, 많이 피곤해 보이셔서..." 결국 이마에 손을 탁 하고 얹는 동식. "아이고~ 죽겠다. 장그래 너 진짜..." 한편으로는 아직도 장그래가 '새 상품'이니 나쁘지 않기도.


끝내 장그래는 아침부터 동식에게 잔소리를 잔뜩 듣고 말았음. 게다가 장마철이라 그런지 오후부터 비가 오기 시작해서 우울한 그래의 마음은 더 우울해짐. 단 한 번 본 석율에게 그 이상의 친절과 관심을 기대했던 자신이 어리석게 느껴지기도 하고.


그러나 그래는 감상에 빠져있을 사이도 없었음. 마루 끝에 앉아 내리는 비를 하염없이 보는 그래를 본 준식이, 어서 청승떨고 앉았냐고 재수없다고, 할 일 없으면 걸레질이라도 하라고 갈구는 바람에 결국 또 바닥에 엎드려 박박 걸레질을 해야 했음.


그 날 저녁은 비가 와서 그런지 한산하고 사람도 별로 없었음. 피크 시간이 지났는데도 좀처럼 손님이 들지 않아 분위기가 쳐져있는 기생들. 그 때 예상치도 못한 놀라운 인물이 기방 대문으로 들어옴. 문을 열어준 종들도 좀 놀라는 눈치.


바로 어제 기방에 와서 밤을 지새고 갔었던, '높으신 나으리' 천관웅 대사헌이 따르는 종도 없이 홀 몸으로 불쑥 다시 찾아온 것. 깜짝 놀라 맨 발로 뛰어나가는 동식. "대사헌 나으리! 어서 오세요. 아이고 다 젖으셨네요! 수건 대령하겠습니다."


준식과 그래도 놀라는 눈치. 과연 관웅은 어제 자길 모셨던 두 기생, 준식과 그래 중 누굴 찾으러 온 것일까. "내 이 친구와 잠시 있게 해주게." 관웅이 가리킨 것은 장그래였음. 다시 한 번 빡이 오르는 준식. 아, 씨이발. 존심 상하네 이거?


준식이 이를 득득 갈며 장그래를 째려보는데 그래는 그런 준식의 시선을 느끼고 조금 움츠러들어 자신의 방으로 관웅을 안내함. 그래와 단 둘이 방에 앉게 된 관웅. 잠시 후 가벼운 주안상이 들어오고. 한동안 침묵이 이어지다 관웅이 먼저 입을 여는데.


"내 어제 너를 내버려둔 것이 마음에 걸려..." 그리고 품에서 뭔가를 뒤적거려 꺼내는데, 그것은 연고였음. "예쁜 얼굴을 어쩌다 다쳤느냐? 이걸 바르면 금세 나을 것이다." 그래는 깜짝 놀라 약을 받아들었음. 석율도 못 알아봤던 입술의 상처를.


그래는 약을 보자 갑자기 지금까지의 설움이 북받쳐 왈칵 하고 눈물이 차오름. 눈가가 점점 벌개지는 느낌에 스스로도 당혹스러운 그래. "아가야, 왜 우느냐?" 난데없이 울먹거리는 그래를 보고 당황한 관웅이 손가락으로 떨어지려는 그래의 눈물을 닦아줌.


그래는 나으리가 달래주자 더욱 설움에 북받쳐 눈물을 닭똥처럼 후두둑 흘리기 시작했음. 어깨를 움츠리고 눈물을 꾹 참으려 하지만 그게 되질 않아 결국 눈을 꼭 감고 우는 그래. 어쩔 줄 모르던 관웅은 결국 말없이 그래를 꼭 안아줌.


한참을 관웅의 품에 안겨있던 그래는 눈물을 다 그치고 나서야 내가 지금 무슨 응석을,하고 몸을 관웅에게서 뗌. 관웅은 억지로 붙잡지 않고 그래를 놔주었음. 관웅은 그래의 얼굴을 좀 보다가, 그래의 손등을 붙잡아 연고 뚜껑을 열고 자신의 손가락에 바름.


"자, 상처를 좀 보자꾸나." 상냥한 말투로 어르며 입가에 연고를 발라주는 관웅. 유난히 빨간 입술에 관웅의 기다란 손가락이 스치듯 닿아 간질간질. 그제서야 그래는 관웅의 얼굴을 처음으로 제대로 보게 되었음. 어제는 최 영의정 접대하느라 정신없었고.


술먹고 뻗은 뒤 아침에 후닥닥 나갔기 때문에 뭐 제대로 얼굴 볼 시간도 없었던 것. 그런데, 분명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지금까지 세상에서 가장 잘 생긴 얼굴은 한석율이라고 생각했던 그래였는데... 그래는 넋을 읽고 천 대사헌의 얼굴을 바라봄.


둥근 이마와 솟은 눈썹뼈, 움푹 들어간 눈매와 높고 큰 코. 네모난 턱까지 그래는 그저 감탄할 뿐이었음. 와, 이게 어른 남자구나. 한 도사와는 또 다른 느낌...정말 잘 생겼다, 게다가 기골도 장대하시고. 저도 모르게 입을 벌린 그래.


그러나 얼굴에 감탄하고 있기로는 관웅도 마찬가지였음. 어제부터 그 흰 얼굴이 한 눈에 들어왔거니와, 사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어찌나 고운지. 게다가 나이도 너무 어려보여 왜 저런 아이가 기방에 있는 건가 의아했던 것.


그런데 어제 한 도사가 귀띔하기를 아직 처녀라 하고, 자기는 그저 쿨쿨 잠들었으니 이 어린아이 처지가 난처했을거라 생각이 미친 것. 물론 그래봤자 기생인데 다 씹을수 있었지만 이상하게 입가의 상처와 더불어 그래 생각이 머리에 박혀있던 것.


그래서 직접 내의원에 방문해 잘 듣는다는 연고를 들고 갖다주러 이 비오는 날에 직접 기방에 온 것이었음. 약을 발라준 뒤 서로 말없이 쳐다보는 두 사람. "아까는 왜 울었느냐..?" 그래의 눈가에 조금 남아있는 물기를 엄지손으로 닦아준 관웅이 물음.


어떻게 어머니가 아프다, 기방에서 구박을 받는다 이런 말들을 할 수 있을까? 기방에 사연 없는 기생이 어디 있고, 막내가 갈굼 안 받는 기생집이 어디 있단 말인가. 그래는 "그냥..비가 와서요..."라고 대답하는데, 관웅도 더는 묻지 않고.


그저 그래에게 이렇게만 말하는 관웅. "내가 여기 더 있으면 너도 좀 더 쉴 수 있느냐?" 그래는 가만히 관웅을 보다 말없이 고개를 끄덕거림. "그럼 너도 한 숨 붙이려무나. 나도 그럴 테니까." 순간 그래는 당황함. 이거 혹시...그건가?


긴가민가 하며 관웅 말대로 요를 까는 그래. 그러나 관웅은 그래를 건드리지 않고 요 위에 가만히 누워 그래를 손짓으로 부름. 머뭇머뭇 하면서도 관웅의 옆자리에 가 눕는 그래. "힘들 때 잠을 자면 좀 도움이 된단다." 눈가에 주름이 지도록 웃는 관웅.


그렇게 서로 마주보다가 관웅이 먼저 눈을 감고, 그래도 슬그머니 눈을 감음. 심신이 지쳐있던 그래는 금방 곯아떨어짐. 규칙적인 숨소리에 이어 도롱도롱 코고는 소리가 나자 감았던 눈을 뜨는 관웅. 그 때 밖에서 관웅을 찾아온 몸종의 소리가 들리고.


"나으리, 마님께서 찾고 계시옵니다." 관웅의 부인은 세도가의 여식이었음. 아버지의 위세를 등에 업고 관웅에게도 강한 소유욕을 드러냈음. 어차피 정략결혼이었기에 얼굴 볼일도 별로 없었지만 혼인전 애지중지 받들리며 살다 혼인후 관웅의 무관심을 못참음.


관웅은 한숨을 쉬고 그래가 깰까 조심히 자리에서 일어남. 석율만큼이나 출세에 강한 야망을 갖고 있는 관웅에게 부인과의 관계는 끊기 힘든 것이었음. 관웅은 마지막으로 그래를 돌아보고, 밖으로 나와 동식에게 "아이를 깨우지 말게" 당부하고 돈을 쥐어줌.


그렇게 관웅은 가고, 그래가 계속 편한 잠을 잘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자정도 훨씬 지난 깊은 밤, 갑자기 술취한 준식이 그래의 기방 문을 드르륵 열고 들어옴. "야 이년아! 일어나,얼른." 난데없는 준식의 패악질이 시작된 것임.


깜짝 놀라 와르르 몰려나오는 기방 사람들. 준식은 술병을 한 손에 쥔 채 그래를 발로 차고 있었음. "이 앙큼한 년이, 한 서방만으론 성에 차지가 않던? 응? 높은분이 좀 귀여워 해주니까 뵈는 게 없지?" 준식은 본능적으로 위기의식을 느낀 것.


그래는 암 말도 못하고 그냥 발길질을 당하고만 있고, 기방서 제일 잘나가는 준식을 건드릴 수 있는 사람도 없었고. 동식이 간신히 사람들 헤치고 나와서 "야 그만해 그만~! 애 잡겠다! 애 잡아!" 하면서 그래를 감싸 간신히 데리고 나옴.


관웅이 발라준 약이 무색하게 그래의 얼굴은 또 여기저기 상해 있었음. 일부러 얼굴을 집중적으로 때린 것 같다고 생각하는 동식. 그러나 동식도 준식을 말릴 수는 없었음. 일단 준식이 관리하는 손님이 기방의 50%를 넘었음. (캬 에이스~~)


그 날 아침이 올 때까지, 그래는 준식을 피해 기방 뒷쪽의 짐 놓는 골방에 앉아 관웅이 준 약통을 보며 훌쩍훌쩍 울었음. 그리고 다음 날 아침부터 또 어김없이 시작되는 고된 노동들과 준식의 구박... 그렇게 하루하루가 지나고 있었음.


준식이 하도 난리를 쳤기 때문인지, 이제 손님이 와도 동식은 일부러 그래를 피해 지명을 넘겼음. 그래한테 좋은 손님을 주면 또 어떤 사단이 날지. 동식의 마음 속에 측은함이 있었음. 결국 한창 꽃이 피기 시작할 때인 그래는 기방 노비같은 존재로 전락.


그러던 어느날, 예고도 없이 한석율이 찾아옴. 매일 도장을 찍던 양반이 그동안 어쩌고 이렇게 간만에? 궁금하면서도 반갑게 맞아주는 동식. 준식 또한 흥! 하고 콧방귀를 끼는척 하지만 슬쩍 나와 한 도사를 맞아주고. 석율은 웃으면서 한 상 차려달라 함.


간만에 온 석율을 접대하는 것은 준식. 여전히 틱택거리지만 그래도 석율과는 2년간 미운 정이 든 것. 석율은 준식과 그간 업무로 바빴다느니 근황을 얘기하고는 "그런데, 그 아이는?"하고 물어옴. 듣자마자 그래 얘기인걸 눈치까는 준식.


"그 아이라니 누구 말씀이세요?" 모르는 척 하며 석율의 술잔을 채우는 준식. 석율은 "왜, 그 하얗고 빨간 아이 있지 않느냐. 입술이 도톰하고..." 막 생김새를 설명함. 그제서야 준식은 뚱하게 "아, 그 애요."하고 대답함.


"뭐 제대로 하는 일이 없어서 요즘은 허드렛일이나 시키고 있어요." 그렇게 말하고 준식은 자기 앞에 놓인 잔을 들어 완샷을 해버림. 나 앞에 두고 다른 애 얘기하지 말라 이거였음. 눈치빠른 한 도사는 "우리 자기 삐졌어?" 하고 어깨를 끌어안음.


"아 떨어져요, 더워 죽겠구만!" 짜증 팍팍 부리는 준식. "에이 오늘 술맛이 왜이래? 나으리, 술맛이 X같죠?" 바로 이런 맛(?)에 석율이 준식을 찾는 것이었지만. 아무튼 더이상 그래에 대해 언급하진 않았지만, 석율은 그래의 안부가 퍽 궁금해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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