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웅그래/천그래] 불륜 임신 막장 썰② (트위터 백업 7/23)

ㄴ미생 기타 2015. 7. 23. 19:35

관웅은 허겁지겁 멜론을 사서 그래의 병상으로 와보지만, 그래는 이미 잠들어 있음. 허탈한 관웅. 내가 더 일찍 와서 먹이고 재웠으면 좋았을 것을...

아쉬움에 그래의 옆에 앉아 고개를 떨구는 관웅. 오늘 있었던 일 모두 자기 책임이었고, 그래는 자신의 우유부단 때문에 희생된 것이 분명했음. 이 어린애가 뭘 안다고 이런 몰골이 되도록 맞아야만 했을까? 관웅은 자신이 너무 미웠음.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부인이 쉽게 이혼해줄 것 같지 않았음. 이미 진흙탕에서 뒹굴게 되었는데 이제 장그래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그것이 문제였음. 그래의 배는 나온듯 아니나온듯 미묘했음. 관웅은 손을 가져가 그래의 배를 만져보았음. 아직 80여 일.

3개월, 늦어도 4개월 째엔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그래를 데리고 왔던 것이 생생했음. 도대체 난 무슨 생각으로 집을 얻어줬던 걸까. 어쩌면 처음부터 그래의 아이를 지울 생각따윈 없었던 게 아닐까. 자고있는 그래의 얼굴은 더욱 어려보였음.

그리고 그 순간, 그래가 눈을 반짝 하고 떴음. 그래는 엉망이 된 얼굴로 관웅을 불렀음. "과장님..." "그래야, 깼어?" 관웅은 황급히 의자를 끌어당김. 그래의 손을 꼬옥 잡아주는 관웅. "몸은 좀 어때." "괜찮아요." 희미하게 웃는 그래.

"과장님, 좋은 냄새 나네요." "응?" "멜론 사오셨어요?" 그 와중에 그래는 귀신같이 과일 냄새를 맡은 것. 고급이라더니 숙성한 멜론의 향이 병실에 진동을 하고 있었음. "아,그래. 여기 있어. 지금 먹을래 그래야?" "...네에..."

그래가 대답하고도 조금 얼굴을 붉혔음. 아무래도 기어이 멜론을 먹어야만 이 욕망이 가라앉을 모양이었음. 'ㅂ` 관웅은 칼도 접시도 없다는 걸 생각해내고 이마를 탁 치더니, "잠시만 기다려 그래야."하고 다른 병실의 보호자에게서 빌려옴.

허둥거리는 관웅의 모습에 그래는 웃음이 나왔음. 그래는 깨어나 과일 향기를 맡은 뒤부터 이미 기분이 좋아져 있었음. 지금 관웅의 모습은 꽤나 새신랑, 혹은 아기아빠 같은 모습이었음. 관웅은 그릇 위에 멜론을 올려놓은 뒤 힘좋게 썩 하고 반으로 잘랐음.

그렇게 몇번 더 잘라낸 뒤, 먹기 좋게 칼집까지 내서 그래의 앞에 대령한 관웅. 물이 줄줄 흐르는 멜론에 그래의 입이 벌어졌음. "자, 그래야 아 해." 관웅은 포크로 하나를 집어 그래의 입 앞에 대령했음. 이런 낯부끄런 짓은 신혼 때도 안하던 것.

평소의 냉정하고 칼같은 천관웅 과장의 모습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것이라, 그런 관웅을 바라보는 그래의 얼굴이 빨개질 정도였음. 그러나 관웅은 완전 아무렇지 않은 표정. "아 해봐, 그래야." 그래의 귀까지 빨갛게 익어버리고.

그래는 뜨거워지는 얼굴을 느끼며 입을 아 하고 벌렸음. 관웅이 통이 큰 것인지 멜론도 큼지막하게 썰어놔서, 힘껏 벌려야 받아먹을 수 있었음. 그래는 입가에 과즙을 묻힌 채 오물거리기 시작했음. 단맛이 한껏 입안으로 퍼졌음. 눈물이 날 정도로 맛있었음.

"마...마이허요." 그래는 우물거리면서 명확하지 않은 발음으로 대꾸했음. "응 뭐라고?" 관웅은 못들은 척 하면서 이미 하나를 더 집어 그래의 입 앞에 대령하고 있었음. 간신히 꿀꺽 첫 조각을 삼킨 그래는 다시 한 번 말했음. "맛있어요."

관웅이 눈가에 주름을 잡으며 웃었음. "맛있어? 그래의 머리를 한 손으로 슥슥 하고 쓰다듬는 관웅. "자, 또 먹어." 그래는 입을 앙 벌려서 또 하나를 받아먹었음. 달콤한 과즙이 입 구석구석 퍼져나갔음. "마이허요." "그래. 많이 먹어 그래야."

웃는 것 같던 그래의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차오르고 있었음. 멜론을 먹으며 눈물을 흘리는 그래. "...마잇어요." 불분명한 발음으로, 엉망이 된 얼굴을 돌려 관웅에게 웃어보이고. 그런데 왜 눈물이 그치지 않는지. 관웅의 가슴이 찌잉 하고 아파옴.

그대로 그래를 꽈악 끌어안아주는 관웅. 그래는 관웅의 팔에 매달려 결국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음. "흑,으흑..." "그래야, 미안해. 내가 정말 미안하다." 그렇게 그래는 한참을 관웅의 품 안에서 흐느꼈음. 셔츠가 젖어오는 것이 그대로 느껴짐.

관웅은 그래의 얼굴을 조심스레 돌려봄. 고집스럽게 관웅의 품 안에 얼굴을 묻으려는 그래. 그러나 관웅의 부드러운 손길에 결국 지고 맘. 얼굴을 돌리자 눈물 콧물로 엉망인 그래의 얼굴. 관웅은 쉬이-하면서 그래를 달래고 손으로 그래 콧물을 닦아냄.

그래는 당황해서 "더,더러워요" 하며 관웅이 만지지 못하게 하려고 했지만 관웅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얼굴. 끝까지 그래 얼굴에 묻은 끈적한 타액을 손으로 훔쳐 근처 물수건에 닦아내고, 다시 한 번 새 물수건을 뽑아 그래 얼굴을 깨끗이 씻겨줌.

그야말로 둘 사이엔 가릴 것도 더러운 것도 없다는 그 행동에 그래는 몹시 부끄러우면서도 관웅의 다정함을 느낌. 마음이 조금씩 풀리고 따뜻해지는 그래. 관웅은 웃으면서 그래의 이마에 부드럽게 입맞춤. "...더 먹을래?" 한없이 다정한 그 눈빛.

"네, 더 먹을래요." 그래의 목소리엔 기운이 조금 돌아와 있었음. 작고 어리고, 강한 것 같으면서도 여린 아이. 관웅은 다시 한 번 이 아이 곁에는 자신이 있어줘야만 한다고 생각함. 그래는 이런 관웅의 마음을 아직은 몰랐지만, 곧 느끼게 될 것을.

그 날은 병실에서 지새고, 그래는 이틀 휴가를 냈음. 관웅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는 이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게 됨. 보다 안전하고 보안이 철통같은 곳으로. 그렇게 생각하다보니 지금같은 원룸이 아니라 점점 큰 집을 생각하게 되고.

마음같아선 빨리 부인과 모든 것을 정리하고 그래와 살고 싶었지만 쉽지 않은 길이 될 것 같았음. 관웅은 다시는 그래의 눈물을 보고싶지 않다고 강하게 마음을 다잡았음. 한편, 그래는 집에 있지 말라는 관웅의 말에 따라 휴가동안 호텔에 묵게 되었음.

관웅이 잡아준 호텔은 남산쪽에 있는 고급 호텔이었음. 이런 곳에서는 처음 묵어보는 그래. 자신의 본가는 허름한 달동네였고, 여행같은 것도 잘 다닐 기회가 없었음. 상처난 얼굴을 감추느라 후드 푹 뒤집어쓰고 관웅과 함께 체크인한 그래는 깜짝 놀람.

"저...과장님, 괜찮은 거에요?" "뭐가?" "숙박비가..." "넌 신경쓰지 마." 관웅은 웃으며 그래를 바라보고 벨맨의 안내를 받으며 룸으로 올라갔음. 그래가 자신의 크지도 않은 짐가방을 날라주는 벨맨을 보며 당황하자 관웅이 내버려두라고 함.

방은 꽤 사이즈가 있는 더블룸이었음. 위치 때문에 훤히 내려다보이는 서울의 경치도 매우 좋았음. 돈은 좀 들었지만 그래를 조금이라도 달래주고 싶다는 관웅의 맘이 담겨있기도 했음. 그래는 처음 투숙하는 고급 호텔에 잔뜩 들떴음.

관웅은 통유리로 된 창가에 달라붙어 정신없이 바깥 풍경을 구경하는 그래를 보며 피식 웃고는 넥타이를 풀었음. 그 모습을 보던 그래의 귀가 빨개졌음. 눈치챈 관웅이 "왜?"하고 묻자, 그래는 고개를 푹 숙였다가 개미만한 목소리로 "멋있어서.."라고 함.

관웅은 피식 웃고는 나머지 옷을 마저 갈아입음. 편한 평상복 차림이 된 관웅. "내려가서 밥 먹자, 그래야." 관웅은 그래를 데리고 호텔 부페로 갔음. 그래는 신나서 이것저것 담아 양껏 먹음. 조그만 몸에 많이도 들어간다 생각하는 관웅.

둘은 후식까지 끝내고 다시 룸으로 돌아옴. 그래의 기분은 한결 나아진 것 같았음. "그래야, 상처 좀 보자." 관웅이 침대 위에 앉아 그래를 불렀음. 그래는 쪼르르 관웅이 부르는 대로 가서 관웅 옆에 앉음. 관웅은 조심스레 연고를 발라주었음.

간질거리는 관웅의 손길에 그래의 표정이 버라이어티해졌음. 눈썹뼈를 계속 실룩거리자 관웅이 웃으며 "얌전히 있어야지,"하고 타이르고. 관웅의 긴 손가락이 그래의 찢어진 입술가를 매만질 때는 그래의 기분이 약간 야릇해짐. 눈을 내리까는 그래.

관웅의 눈에 곱게 빠진 그래의 눈매, 그리고 촘촘한 속눈썹이 들어옴. 관웅은 저도 모르게 그래의 턱을 움켜쥐고 도톰한 아랫입술을 엄지손가락으로 쓸어봄. 그래는 이미 귀까지 빨개져 있었음. 그래의 속눈썹이 떨리는 것을 본 관웅은 고개를 기울여 입맞춤.

둘의 분위기가 미묘해졌음. 고개를 계속 기울인 채 그래의 눈을 마주보는 관웅. 그래는 잔뜩 빨개진 얼굴로 용기를 내서 관웅의 두 팔을 잡은 채 제가 먼저 입을 갖다 댐. 서툴기만 한 이것을 키스라고 불러야 하는가?

관웅은 입꼬리를 끌어당기고는 그대로 그래의 두 팔을 누르며 침대 위로 눕힘. 만세 자세로 관웅의 밑에 갇혀버린 그래. 관웅은 재빨리 그래의 입술에 다시 키스했음. 이번에는 아주 깊게. 그래도 기꺼이 입을 벌리고 관웅의 혀를 맞아줌.

두 사람의 다리가 점차 엉켜들었음. 관웅의 깊은 키스에 호흡곤란을 느낀 그래. 뒤로 느껴지는 푹신한 시트도 마음에 들었음. 입술을 뗀 관웅이 그래의 눈동자를 쏘아보며 자신이 입고있는 셔츠의 단추를 하나하나 푼 뒤 벗어버렸음.

가쁜 호흡을 내쉬며 관웅을 바라보고 있는 그래. 관웅은 곧 그래의 헐렁한 후드티도 벗겨버림. 아래에 드러나는 면티. 관웅이 웃으며 "많이도 껴입었네."라고 한마디 하자 그래의 얼굴이 새빨개짐. 관웅은 그대로 그래의 바지도 벗겨 침대 밑으로 던져버림.

나신이 된 그래를 감상하듯 위아래로 훑어보는 관웅. 그래는 관웅의 시선이 부끄러웠는지 "불 꺼주세요.."라고 조그맣게 항의하듯 말하고. 관웅은 태연하게 "왜? 난 더 보고싶어."라고 하며 빙긋 웃음. 관웅의 시선이 그래의 얼굴에서 가슴으로 내려오고,

가슴에서 배로 내려오더니 한동안 가만히 보고만 있음. 아직 납작하게만 보이는 이 뱃속에 새 생명이, 내가 그래에게 만들어준 아기가. 관웅은 와이프가 임신했을 때도 느껴보지 못한 묘한 기분을 느낌. 이 장그래가 대체 뭐길래 나를 이렇게 만드는지.

그래도 뭔가 의미심장한 관웅의 시선을 느낌. 관웅으로 인해 많은 것이 바뀐 건 그래도 마찬가지였음. 그래의 인생은 완전 급전환했음. 오메가인걸 크게 의식하지 않고 살아왔는데, 발정기를 맞고 알파와 관계를 맺고.

단 한번의 관계로 뱃속에 생겨버린 새로운 생명. 직장 상사이자 가정과 아이가 있는 유부남에게 홀린듯이 빠져든 자신. 정말 예전의 그래같으면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음. 말하자면 자신은 세상 모두가 돌을 던지는 '불륜'이란 것을 하고 있지 않는가.

그러나 그래에게는 이 사랑이 세상 전부였음. 관웅이라는 남자가 그래에게는 전부였음. 어쩌면 이 아기는 관웅을 붙잡기 위한 도구일 뿐인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음. 그만큼 그래는 사랑에 눈이 멀어 있었음. 그래는 몰랐지만 그것은 관웅도 마찬가지였음.

관웅이 부인이고 자식이고 모두 버리고 자신을 택하려 한다는 것을 그래는 전혀 몰랐음. 그래에겐 이 관계가 그저 위태한 짝사랑 같기만 했음. 때문에 관웅이 자신에게 잘해줄 때마다 오히려 그래는 불안했음. 그렇다고 이혼해달라고 할 수도 없었기에.

관웅은 그래의 옆구리를 붙잡고 말랑한 배에 입을 맞췄음. 그래의 얼굴이 확 붉어졌음. 그 때 관웅이 뜻밖의 말을 꺼냈음. "그래야, 우리 아기 낳자." 순간 놀란 그래는 상체를 벌떡 일으켰음. 관웅은 곧은 시선으로 그래를 바라보고 있었음.

그래는 너무 놀라 더듬거리며 관웅에게 물었음. "나, 낳자고요? 아기를?" "그래." "하,하지만 과장님은," 그래가 침을 한 번 꿀꺽 삼켰음. "과장님은...부인도 아기도...있으시잖아요." "나 이혼할 거야." 연이은 충격에 그래의 입이 벌어짐.

그리고 오래지 않아 그래의 머릿속에 내용들이 정리돼 들어오기 시작. 자기로 인해 한 가정이 망가지고 파괴된다. 부인과 이혼한다는 건 그래도 마음 깊은 곳에서 몰래 바라던 일이었음. 그러나 막상 그게 실현되는 건 상상해본 적 없었음.

게다가 아이는 또다른 문제였음. 그래가 알기로 관웅의 아이는 돌이 좀 지난 어린 아이였음. 그 아이까지 버린다는 이야기인가? 그럼, 나로 인해 그 부인과 아기 모두? 불행해지는 건가? 갑자기 이렇게 버림받고? 그래가 급격히 패닉에 빠졌음.

관웅은 그래의 흔들리는 눈빛을 눈치챘음. 이혼할거라 얘기하면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래의 반응은 뜻밖에었음. 그래는 물론, 여전히, 아이를 지우고 싶지 않았음. 원래 그래는 관웅을 향한 마음이 깊어졌던 순간 혼자 낳아 키울거라 마음먹었었음.

그래의 마음이 요동쳤음. 아냐. 내가 바랐던 건 이런게 아냐. 아니,바랐던 건가? 이렇게 되기를 바라고 있었던 건가? 갑자기 버림받는다면, 나같아도 부인처럼 상대를 죽여버리고 싶었을 거야. 역시 내가 잘못한 거야, 내가 모든 불행의 근원이야.

진작에 지웠어야 해, 과장님에게도 말하지 말았어야 했어, 내가 괜히 욕심부려서 모두가 불행해....나 하나 때문에..... 그래의 어깨가 떨려오기 시작했음. 관웅은 재빨리 그래의 뺨에 손을 얹고 말했음. "장그래, 너 무슨 생각 하는 거야."

그래가 떨리는 목소리로 관웅을 올려보며 말했음. "과,과장님...저어....돌아갈래요...." "무슨 소리야? 어디로?" "저...다시 집으로...본가로..." 관웅이 놀란 표정을 지었음. "왜그래 갑자기? 그래야," 그래의 어깨를 흔드는 관웅.

"도,돌아가야 돼요. 그래야 돼요." 그래는 갑자기 맨몸 그대로 침대에서 일어나려는 포즈를 취함. 당황한 관웅이 그래의 팔을 붙들었음. "그래야 대체 왜그래," 뒤돌아본 그래의 눈이 젖어있었음. "제가,제가 다 잘못해서...그래서..."

그래는 제정신이 아닌듯했음. 그러나 그에 앞서, 관웅에게는 그래의 말이 자신을 떠나겠다는 선언으로 들려왔음. 관웅 또한 약간씩 흥분하고 있었음. "대체 그 몸으로 어딜 간다는 거야, 장그래," 관웅이 끌어당겼지만 그래 또한 완고했음.

"놔,놔주세요 과장님, 집으로...!" 결국 화가난 관웅이 그래를 홱 하고 끌어당겨 다시 침대 위로 짓눌러버림. 관웅의 두 팔 밑에 갇히게 된 그래. "넌 아무 데도 못 가, 장그래." 관웅은 대체 그래가 왜 이런 반응을 보이는지 이해할 수 없었음.

관웅 또한 이미 그래에게 빠질 대로 빠져 있었음. 어느 순간부턴가 급격히, 무엇으로도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젊고 어린 그래의 순수한 마음보다 어른인 관웅의 이 마음은 훨씬 뜨겁고 한편으로는 음침한 것이었음.

이대로 그래의 손을 놓는다?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음. 그는 이미 부인과 양쪽 집안에 이혼을 선포했고, 관계는 파탄났음. 돌이킬 수 없는 곳까지 와있는 것은 그래가 아니라 관웅이었음. 관웅은 자신의 모든 걸 버리고 이미 그래를 선택하고 있었음.

"대체 왜 이러는 건지 말이나 좀 해봐," 관웅이 추궁하자 그래는 눈물이 가득 찬 눈으로 이렇게 대답함. "저...때문에, 이혼하시면 안 돼요," 울먹거리는 목소리였음. "이혼하지 마세요." 관웅은 머리가 띵해졌음. 이게 대체 무슨 소리인가?

"저만, 없어지면....흐윽," 기어이 그래의 입에서 울음이 터져나왔음. 그러나 이미 관웅의 눈에는 뵈는 것이 없는 상태였음. "제가 없어져야 해요," 그래로서는 마지막 남은 양심을 쥐어짜는 것이었음. 그러나 관웅의 분노는 이미 찰 대로 차버리고.

"장그래, 뭐 하자는 거야." 비리게 웃는 관웅. "이제와 내숭이라도 떠는 거야?" 그래가 깜짝 놀라 눈물이 흐르던 눈을 크게 뜸. 관웅은 그래의 팔목을 붙잡은 손에 힘을 꽉 주며 다시 말했음. "지금 와서 착한 척이라도 하고 싶어?"

관웅이 서슴없이 내뱉는 그래를 상처주는 말들에 그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관웅의 얼굴을 바라보고만 있음. "돌아가? 어디로. 집으로 가겠다고? 그럼 애초에 집에서 나오지 말았어야지. 내가 얻어준 집에 냉큼 들어와 놓고 이제와서 어쩌겠다고?"

자신의 분노때문에 미처 그래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있는 관웅은 해서는 안 될 말까지 그래에게 쏟아붓고 있었음. 모두가 그래가 자신을 떠나려고 한다는 절박함에서 비롯된 것이었음. "아니지, 그렇게 따지자면...아예 내게 말을 말았어야지?"

그래의 눈동자가 흔들림. "처음부터 아이를 가졌다는 말 따위 말았어야지, 어차피 제자리로 돌아갈 거였다면. 혼자 처리하겠다며? 그러지 않았었어?" 관웅의 말이 칼처럼 그래의 심장을 난도질하고 있었음. 그래도 관웅은 멈추지 않았음.

"왜 얘기한 거지? 왜 굳이 내 앞에서? 아이를 가졌다고, 알아서 없애겠다고?" 그래가 거기까지 듣다가 고개를 좌우로 세차게 흔들며 반항했음. "놔요, 이거 놔줘요...!!" 관웅은 꼼짝도 하지 않았음. 그래는 심장에서 피가 철철 흐르는 것 같았음.

"나한테서 뭘 원한 거야, 장그래? 응? 대답해 봐, 솔직하게." "놔요, 놔요 이거..!!" 그래는 온 힘을 다해 관웅을 뿌리쳤음. 그 마른 몸 어디서 이런 힘이 솟았는지. 그래는 눈물을 줄줄 흘리고 있었음. "이제...됐어요. 다....끝이에요."

그래는 몸을 숙여 침대 밑에 떨어진 옷가지들을 주워들었음. 그래의 손이, 아니 온 몸이 덜덜덜 떨리고 있었음. 그래가 목메인 소리로 말했음. "끝이라구요." 그렇게 말하는 순간, 뺨이 불타는 듯한 느낌과 함께 그래의 몸은 침대 끝에 처박혀 있었음.

그래는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바로 깨닫지 못했음. 그저 번쩍거리는 눈 앞과 지독히 아픈 뺨을 감싸쥐고 침대에 처박혀 황망하게 관웅을 쳐다보고 있었음. 너무 세게 쳤는지 곧 그래의 코에서 붉은 피가 주룩 하고 흘러내렸음.

그래는 관웅이 자신을 때리리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었음. 너무 놀란 그래는 그저 자기 손바닥 위로 뚝뚝 떨어지는 코피를 바라보고만 있었음. 겁에 질린 것도 아니었고 그저 멍했음.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이지. 관웅이 분노에 눈이 멀어 그래를 내려봄.


"네가.....나한테........" 관웅의 한마디 한마디가 이로 씹는 것 같았음. 관웅의 눈동자에 붉은 핏줄이 잔뜩 서 있었음. ".....다시는 그딴 생각 하지 못하게 해주지." 관웅이 그렇게 말하고 그래의 맨 발목을 잡아 주루룩 끌어당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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