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웅그래/천그래] 불륜 임신 막장 썰 <4> (11/24)

ㄴ미생 기타 2015. 11. 24. 15:17

창문이 손바닥만한 작은 고시원에 들어와서도 그래는 좁은 침대 위에 앉아 배를 끌어안고 계속 흐느껴 울었음. 과장님. 천 과장님. 아니, 관웅 씨. 관웅 씨.... 뭐가 잘못된 걸까.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애초에 우리 둘이 만난게 잘못이었던 걸까.


그래는 울면서 떠올렸음. 관웅네 집 앞에 뜯겨진 채 팽개쳐져 있던 이혼 관련 서류들. 그 때 그래의 머릿속에 번뜩 하고 어떤 생각이 났음. 설마, 과장님은 내가 사라진 다음에도 계속 이혼을 하려고 했던 걸까...? 대체 왜...? (너땜이지 임마..)


장그래는 자기만 사라지만 관웅이 이혼할 이유가 없어진다고 생각했음. 다시 가정으로 돌아갈거라고, 그래서 모든게 제자리를 찾을 거라고 아주 나이브하게 생각했음. 그러나 그건 그래만의 생각이었음. 아무리 그래가 잠적했었다지만 모든 진행이 너무 빨랐음.


그제서야 그래는 혹시, 정말 혹시 하며 관웅이 이미 자기한테 말하기 전부터 이혼을 준비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음.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그래의 표정이 놀란듯 변해버렸음. 만약 그렇다면, 정말 그렇다면, 관웅을 배신한 건 자신일지도?


돌이켜보면 관웅은 이미 자기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자마자 방을 얻어 주었음. 보통이라면 그런 행동을 할까? 그저 처음엔 발정난 오메가를 도와준 것일 뿐이었고, 그나마도 피임약을 챙겨먹지 않은 것은 자신이었음. 그래는 몸서리를 쳤음.


사실, 그래는 오래 전부터, 둘이 처음 관계를 맺기 전부터 관웅을 좋아하고 있었는지도 모름. 드디어 거기까지 깨달아버린 그래. 천관웅이 다음 날 친절하게 챙겨줬던 피임약을 굳이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미루다 먹었던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하나밖에 없었음.


관웅 또한, 일반적 알파의 반응이라기엔 지나칠 정도로 자길 챙겨줬고, 많은 것을 희생했었고. 애초에 관웅을 불러내 임신했다고 통보하면서도 아기를 알아서 없애겠다는 말 따윈 기만이었음. 그런 말을 듣고 "그래,그럼 지워" 할 사람은 없으니까.


관웅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운신의 범위 내에서 그래를 챙기려고 혼신의 힘을 쏟았음. 그래도 그걸 알고 있었음. 만약 관웅이 자신을 위해 전부터 이혼을 준비하고 있었다면, 그래서 아이를 낳자고 말했던 거라면, 관웅에게 대체 얼마나 큰 상처를 준 것일까.


그래의 멘탈이 순식간에 붕괴됐음. 그래는 덜덜 떨면서 울다가 고시원 밖으로 뛰쳐나왔음. 무작정 관웅네 집으로 향하려고 신발끈도 제대로 묶지 않은 채 거리를 걷기 시작했음. 우느라고 흐려진 시선에 아무것도 보이지가 않았음. 그래에게 다가오는 자동차조차.

설정

트랙백

댓글